[책읽는 학교] (3)서호초등학교 '독서 동행'

[책읽는 학교] (3)서호초등학교 '독서 동행'
독서활동 꾸준히 했더니 '책 읽을 맛 난다'는 아이들
  • 입력 : 2019. 07.26(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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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독서교육활성화 프로젝트-책 읽는 학교' 기획을 통해 기자가 던지는 화두는 '왜 책인가'다. 본보는 '함께 읽는 제주, 다시 책이다'를 슬로건으로 총 10회에 걸쳐 도내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독서교육프로그램 사례와 책과 함께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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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20분 책 읽기… 독서습관 형성 결실로
가고 싶은 즐거운 도서관으로 변화 노력도
든든한 도서관 지킴이 '학생사서봉사부' 눈길


서호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책 향기를 따라가는 '독서 동행'을 진행중이다. 책 축제, 작가와의 만남, 독서문화 공연 관람을 비롯해 토요북카페, 그림책 만들기, 그림책 전시회, 원북(One book) 릴레이 등 책 읽기가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도록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책 읽는 토요일 '토요북카페'

'토요 북카페'는 서호초가 올해 처음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에는 1~3학년, 7월에는 4~6학년 희망자를 대상으로 두차례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외부강사와 함께 책을 읽고 관련된 체험활동을 하는 방식인데,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저학년은 신청자가 많아 2개반으로 나눠 운영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토요 북카페'는 2학기에 두차례 더 운영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즐겁게 자주 찾는 개방적인 학교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교사의 바람에서 기획됐다.

김경란 교사(독서 담당)는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어야 하고 옆 사람을 방해하면 안된다는 느낌이 드는데, 북카페에서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테니 아이들이 도서관을 보다 친숙하게 여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주말 운영은 방과후 학원으로 바쁜 아이들의 많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토요 북카페'가 운영되는 학교 도서관은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장소로 변한다. 소리 내 책을 읽고, 재미있는 체험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공유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친밀한 공간이 되어 있다.

지난 6일 서호초등학교 학교도서관에서 4~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토요 북카페' 모습. 이상국수습기자

#아이들이 만드는 즐거운 도서관

오전에도 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도서관의 든든한 지킴이들인 5~6학년 학생사서봉사부가 도서 대출과 반납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봉사부는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2인 1조가 되어 활동한다. 덕분에 도서관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학생들도 꾸준히 도서관을 찾고 있다.

때로는 아이들이 책 정리를 잘 하지 않아서, 봉사하는 날 일찍 학교에 와야해서, 떠드는 아이들이 있어서 봉사부원들도 질서 지도와 일찍 일어나야하는 상황이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사서체험을 하며 대출을 도와주고, 덤으로 선후배들의 얼굴과 이름을 알 수 있어 보람과 뿌듯함이 더 크다.

이렇게 학교 도서관은 아이들에 의해서, 아이들을 위한 즐거운 공간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서호초는 5~6학년 희망자를 대상으로 학생사서봉사부를 운영하고 있다. 봉사부가 아침 시간 도서대출 반납을 도와주면서 학생들도 꾸준히 도서관을 찾고 있다. 사진=서호초 제공

#'함께 책 읽는 선생님'… 책으로 소통하는 교실

6학년을 맡고 있는 김경란 교사는 일주일에 두번은 아이들과 함께 20분간 아침 독서 시간을 갖는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자신도 교탁이 아닌 여분의 의자에 앉아 아이들 눈높이에서 함께 책을 읽는다. 그녀만의 독서를 통한 소통방식인 셈이다.

사소할 수 있지만 '함께 책 읽는 선생님'의 노력은 아이들의 독서습관 형성이라는 결실을 맺고 있는 중이다.

김 교사는 "독서교육 연수를 갔을때 초등학교 시기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됐다. 그렇다면 6학년때라도 책을 읽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에는 책 읽기 싫어 다른 활동을 하거나 엎드려 있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눈빛이나 자세가 달라졌다. 등교하면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언젠가 아이들이 '책 읽을 맛이 난다. 분위기가 잡혔다'는 말을 해서 깜짝 놀라고 뿌듯했다"며 "교사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 게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침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인생책'을 찾아주고픈 김 교사의 열망에서 시작됐다. 독서습관은 '인생책'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란 그녀의 경험이 디딤돌이 됐다.

"천천히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꼭 따라와요. 그 과정을 도와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고요."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이유다.

[왜 책인가?] 김경란 서호초 독서담당교사

"지혜의 보고 책을 통해 배움을 얻다"


책을 읽는 것은 여행과 닮았다. 미지의 세계에 가서 그 세계를 경험하고 즐기며 여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책이라는 세계를 여행하는 것은 늘 새로운 경험과 모험,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우리가 경험한 것 보다 경험하지 못한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이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것은 지식과 경험만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결코 만날 수 없는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엿보게 해주는 것도 책이다.

또, 가본 적 없는 나라나 도시를 탐험하고 평생 겪어보지 못할 사건을 마주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독자로서 책과, 책의 저자와 대화하고 공감하며 펑펑 울기도 하고,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씩씩거리며 분노하기도 한다. 희노애락을 비롯한 모든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허락해주는 것도 책이다. 이 모든 과정이 '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배움의 공간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책에 대한 흥미를 느껴 책 읽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하는 것은 책 그 자체가 곧 배움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닌 지식과 경험, 생각, 감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혜가 모두 책 속에 있다.

책 읽는 학교란 곧 배움이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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