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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호의 구라오(古老)한 대국
[심규호의 구라오(古老)한 대국] (13)우아함과 저속함
예법 벗어나 감정 충실한 아인… 예법 얽매이는 속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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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칠현도(竹林七賢圖)

중국 아속은 정치·계급 차별 개념
까마귀 뜻 '아' 통치계급 사는 곳
'속'은 삶이 만든 문화양태 포괄
민속, 존중이 아닌 교화 대상으로
유학 흔들리면서 아속 개념의 변화
죽림칠현은 예법 얽매인 사람 조롱


아언雅言, 문아文雅, 아인雅人, 고아古雅, 아량雅量, 아기雅氣 등의 공통점은 '아雅'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속언俗言, 속인俗人, 비속卑俗, 저속低俗, 습속習俗, 속기俗氣 등은 '속俗'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 같다. 아언은 속언과 구별되고, 아인은 속인과 차별된다. 고아한 것과 저속한 것, 아기와 속기는 영 다른 느낌을 준다. 왜 그런 것일까?

중국문화에서 아속雅俗은 정치, 계급적 차별 개념이다. 원래 '아'는 어금니 아牙와 새의 옆모습을 본 딴 글자인 '추추'가 합쳐진 형성자로 초나라의 까마귀(楚鳥, 일명 메까마귀)를 지칭한다. 이후 가차되어 규범에 맞는다는 뜻으로 변하면서 본래의 뜻은 '아鴉'자를 새로 만들어 표기했다. 서주西周의 도읍지 풍호는 옛 하나라 땅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나라 초기 사람들은 자신들을 하인夏人이라 불렀다. 雅와 夏는 동음으로 혼용되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도읍지와 경기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아언雅言이라고 불렀으며, 그것이 곧 관화官話이자 표준어로 자리 잡았다. '시경'은 풍風, 아雅, 송頌으로 대별되는데, 그 가운데 아시雅詩는 주 왕조의 직할 지역, 즉 경기 일대의 음악이자 정성正聲의 아악으로 궁정에서 연회를 하거나 조회할 때 사용하는 음악이자 가사이다. 이렇듯 '아'는 까마귀라는 본래 뜻에서 벗어나 통치계급이 사는 지역, 그곳의 문화를 뜻했다.

화상석(畵像石)에 보이는 혜강과 칠현금

도연명

'설문해자'에 따르면, '속'은 습習이다. 일정한 지역에 사는 이들이 오랜 세월 삶을 통해 만들어낸 모든 문화양태를 포괄하는 총체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속이나 풍속, 또는 습속을 뜻한다. 굳이 구분한다면, 풍風은 주로 자연환경, 속俗은 인문환경이나 산물이다. 이렇듯 민속이나 풍속은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이자 노동과 놀이의 산물이다. 그 안에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나름의 삶의 방식이 존재하며, 구성원 간에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금기禁忌나 상식이 만들어진다. 이를 우리는 불문율이라고 하며 관습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더 이상 관습이나 불문율로 제어할 수 없게 되자 풍속에 바탕을 둔 예의나 도덕교범이 등장하게 되고, 마침내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정치가 민속을 제어하기에 이른 것이다.

소식이 쓴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왕희지의 '난정집서' 모본

예악을 통치수단으로 삼은 주나라는 이미 예속禮俗에서 예치禮治로 방향을 튼 상태였다. 이제 민속은 존중하고 지켜야할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교화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한서·예문지'에서 "고대에 시를 채집하는 관리가 있었는데, 임금이 풍속을 보고 득실을 알기 위함이었다"라고 한 것이 하나의 증거이다. 순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풍역속移風易俗', 즉 풍습을 올바른 쪽으로 옮기고 민속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예禮'라고 말했다. 당연히 민속이나 세속은 아정雅正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자나 맹자는 물론이고 노자 역시 속인俗人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지녔다.('노자' 20장) 공자가 소인과 군자를 구분한 것이나 아악雅樂과 정성鄭聲(정나라의 음악)을 구분한 것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한다. 맹자는 아예 노골적으로 오속汚俗이나 유속流俗(풍속이 피폐하여 물처럼 아래로 흐르는 것)이라는 말을 쓰거나 선왕先王의 음악과 세속의 음악을 구분하기도 했다.

아와 속은 이렇듯 정치적 의도에 의해 차별적인 개념이 되었다. 이후 아와 속을 유가의 관점에서 인간의 차별 개념으로 간주한 이는 순자이다. 그는 세상에는 속인俗人과 속유俗儒, 아유雅儒와 대유大儒가 있다고 하면서 "학문을 하지 않고 정의가 없으며, 부유함과 이익만 숭상하는 이가 바로 속인이다(不學問, 無正義, 以富利爲隆, 是俗人者)"('유효儒效')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용인庸人, 중인衆人으로 부르기도 하는 속인俗人은 "마음이 사사로운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행실은 더러움을 면치 못하여", "심히 어리석고 비루하며 우매한" 이들로 주로 '공농상고工農商賈'에 속하는 중인衆人들이다. 마땅히 아유와 대유가 그들을 이끌어 풍속을 교정해야 한다. 이른바 사士, 즉 지식인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뜻이다. 순자는 예에 기반을 둔 유학에 근거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유학이 흔들거리면 그의 논점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 말기에 이르자 국가 이념으로써 유학이 쇠퇴하기에 이른다. 시대가 변하면 새로운 이념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한말 위진魏晉 시대에 유학에 도가사상을 섞어 만든 신도가新道家, 즉 현학玄學이 생겨난 것은 자연스럽다. 이에 따라 아와 속의 내함이 바뀌게 된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한말의 유학은 명분과 교화를 중시하는 이른바 명교名敎를 주창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명분과 상반되며, 교화는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사마씨司馬氏는 조씨曹氏 정권의 신하였다가 선양禪讓이라는 거짓 명분으로 진晉을 창업한다. 그런 자들이 어찌 교화의 가장 큰 덕목인 충효忠孝를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중요 인물인 혜강은 "명교를 넘어 자연에 임한다(越名敎而任自然)"고 주창했다. 위진대 명사名士들에게 아雅는 예법에서 벗어나 사람의 감정에 충실하여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고, 속俗은 예법에 얽매여 노심초사하면서 정권에 아부하는 이들을 뜻했다.

"존귀한 자와 벼슬아치들이 대인선생大人先生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의 행위에 대해 의론하면서, 옷자락과 소매를 격하게 휘두르며 노한 눈을 부릅뜨고 이빨을 갈면서 예법禮法을 늘어놓고 비난하는 말들을 주절거렸다."

죽림칠현 가운데 한 명인 유령劉伶은 '주덕송酒德頌'에서 당시 세도가, 문벌세족, 예법에 얽매인 자들을 속물俗物이라 여기고 이렇게 조롱했다. 그들이 유령을 비난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맘껏 술을 마시고 분방하게 행동했으며, 때로 옷을 벗고 나체로 집안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공자의 제자로 "군자는 죽을지언정 의관을 정제하지 않을 수 없다(君子死, 冠不免)"는 유명한 말을 남긴 자로子路의 예에서 볼 수 있다시피 유자儒者들에게 관복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이에 유령이 말한다. "나는 천지를 거처로 삼고 집을 속옷으로 삼고 있는데, 제군들은 어찌하여 나의 속옷 속으로 들어왔는가?"('세설신어·임탄任誕') 이제 명교는 아문화의 대표가 아니라 오히려 속된 문화의 상징처럼 되고 말았다.

하지만 죽림칠현이 보여준 아인雅人의 형태 또는 아문화는 전체 중국사에서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이방인이었다는 뜻이다. 귀족이 왕실을 능가했던 남조시대 아문화는 석숭石崇과 왕희지王羲之가 보여준 부화浮華의 우아함과 도연명陶淵明이 보여준 한적閑寂의 우아함으로 대별할 수 있다. 동진東晋 왕씨 집안의 금수저였던 왕희지는 회계 산음山陰 서남쪽 난정蘭亭에서 여러 명사들과 술잔을 돌리고 시를 읊으면서 정취를 즐겼는데, 이를 난정 아집雅集이라 칭한다. 고아한 문사들이 우아하게 모여 깊은 정취를 보여주었다는 뜻이다. 반면에 당시 문벌세족에게 소외되어 영달과 사치를 꿈꿀 수 없었던 빈한한 사인 도연명은 또 다른 형태의 아사雅士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가롭게 거하길 삼십 년, 비로소 속세의 일(塵事)에 어둡게 되었다. 시서詩書는 오랜 우정 돈독히 하고, 숲이며 정원에는 속된 마음(俗情) 없다. 그에게 '속정'이 무엇인지 독자 여러분은 아실 것이다.

<심규호·제주국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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