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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모쒀족과 보낸 6년… "유토피아가 이럴까"
추 와이홍의 모계사회 여행 '어머니의 나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8. 08.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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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싱가포르를 넘어 세계 최대의 로펌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패스트푸드로 저녁을 때우고 늦은 밤까지 북미 시간대에 맞춰 근무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자정이 되는 나날이었지만 그만한 부와 명예가 따랐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여느 날처럼 쉴 새 없었던 어느 일요일 오후, 그는 싱가포르강 너머로 해가 지는 걸 바라보며 확신한다. "이대로라면 삶은 결코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만류를 뒤로 하고 일을 그만 뒀고 몇달 뒤 그가 다다른 곳은 중국 윈난성 한 자락 외딴 지역이었다. '거무'라고 불리는 여신을 모시는 모쒀족 마을이다. 여행잡지에 소개된 글이 그의 호기심을 끌었는데 지구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모계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부족이었다.

추 와이홍의 '어머니의 나라'는 그곳에서 보낸 기록을 담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의 극동쪽에 위치한 작은 언덕에서 호수를 둘러싸고 살아가는 모쒀족의 가족이 되어 6년 넘게 거주한 경험이 고스란히 실렸다.

그에게 모쒀인은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모쒀인들이 인생에서 겪는 이야기, 갖가지 일화, 신화와 전설은 그가 알던 세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모계사회라는 모쒀족의 삶은 여성이 남성을 억압하지 않는다. 권력과 힘으로 약자를 누르는 문화를 낯설어하는 그들이었다. 할머니의 남자 형제와 어머니의 남자 형제가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만큼 존중받는다. 남성은 경제적으로 평가받지 않고 혼자 부양의 책임을 떠맡지도 않는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눈다. 연장자에 대한 공경을 강조하지만 나이가 적은 아이들도 존중받으며 자유롭게 의사를 드러낸다.

모쒀족은 여성이 일생 동안 밟게 되는 모든 단계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모쒀 문화의 핵심은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여성의 정신이다. 그는 "페미니스트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실존했다면 분명 어머니의 나라라 불리는 이곳 같은 모습이었으리라"고 했다.

하지만 손타지 않은 깨끗한 산속 풍경과 이들의 흥미로운 사회인류학적 이야기는 관광업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금 경제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현실에 모쒀인의 오래된 풍습이 하나둘 사그라질 위기에 놓였다. 저자는 모쒀인들이 시대의 변화를 얼마나 버텨낼지 모르지만 모계사회의 원칙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거라고 했다. 이민경 옮김. 흐름출판.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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