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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땅을 사랑하는 마음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8. 06.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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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땅의 예찬'(한병철)이라는 책에서는 "인간이 땅에서 멀어질수록, 땅은 더 작아진다. 인간이 땅 위에서 빨리 움직일수록 땅은 그만큼 줄어든다. 지상의 거리를 극복할 때마다 인간과 땅 사이의 거리는 커져간다. 그리하여 인간은 땅에 대해 소원해진다. (…) 현대적 기술은 인간의 삶을 땅에서 소외시킨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땅에 대한 저자의 통찰과 우려는 심각하다.

지금 우리들은 땅에 대하여 모든 것을 망각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인간에게 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땅이 파괴되고 황폐화되어 간다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를 인식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땅에 대한 경외심을 모조리 잃었다. 더 이상 땅을 돌보려 하지도 않고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지도 않는다.

인간을 생존케 하고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터전인 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은 땅을 항구적인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다. 자연을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활용하기에 급급하다. 그리하여 이익을 창출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땅에 대한 이런 인식은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 지금 지구가 당면하고 있는 미세먼지, 온난화, 계절의 상실, 녹조현상 등은 모두 땅의 소중함을 망각한 인간들에게 내린 크고 작은 형벌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지구를 사랑하는 '행성의식'이 있는가. '행성의식'이란 땅에 모든 것을 되돌려줌으로써 땅을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땅을 이익의 도구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가운데서 있는 그대로 향유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원래의 모습과 기능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존중함으로써 땅의 가치는 보존될 수 있다. '개발'이 아니라 '계발'이라는 이름 아래서 땅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큰 마음'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큰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크게 느끼고 크게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땅과 지구에 대한 큰 사랑과 공평무사하게 존중하고 포용하는 마음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의 냉엄한 질서를 존중하며 인간의 작은 이익과 집착에 대한 편협함을 초월하여 전체를 바라보는 마음이다.

'땅의 예찬'의 저자는 정원에서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 정원에서 죽음을 드러낸 나무, 피를 흘린 버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사랑의 말인 꽃 이름을 부르며, 정원을 방문하는 곤충들과 지빠귀를 보며, 몸으로 꽃들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연인처럼 갈망한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꽃 하나하나에 입맞춤한다. 그래서 정원을 꽃들에게 구원을 주는 안식의 장소로 생각한다. "완전히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뭇가지에서 봄이면 새로운 생명이 깨어난다. (…) 어째서 인간에게만은 그것이 거부되어 있는가?" 정원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은 저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인식은 꽃과 땅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정원의 꽃과 나비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겠는가.

우리는 땅을 보호하고 사랑해야 한다. 땅을 사랑하는 것은 인간과 우주를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찬양하고 존경해야 한다. 태초에 인간은 흙으로 빚어졌다. 이제 인간이 흙을 사랑해야 할 책무를 지녀야 한다. 오늘날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땅의 찬가'가 필요하며 땅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의 파괴로 몰락할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 제주에서는 곳곳에서 개발의 이름아래 땅과 숲이 거침없이 파괴되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지금 제주는 깊어가는 상처로 '슬픈 섬'이 되어가고 있다. <문학평론가·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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