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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아픔을 넘어 미래로
[제주4·3 70주년 아픔을 넘어 미래로-6 / 제1부 4·3의 현주소] (5)유적지 정비 문제는
보존·정비사업 지지부진… 새로운 방향설정 고민해야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18. 03.20.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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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마을성 가운데 최대 규모인 낙선동성 내부에 경찰지서와 함바 등이 정비돼 있다.

중요유적 19곳중 정비 7곳 불과
당시 잃어버린 마을 108곳 가운데
표석설치는 고작 27곳에 그쳐
국비지원 등 안돼 사업추진 차질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제주4·3은 장기간 지속됐다. 1947년 3·1절 발포사건부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까지 7년 6개월 동안의 참극이다. 해방공간과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6·25전쟁을 거치면서 제주도를 공포와 절망, 생명 상실의섬으로 몰아넣었다. 섬 전체가 아픔과 비극의 무대다. 관련 유적지도 제주도 전체적으로 700여 곳이나 된다.

그렇지만 유적지는 대부분 보존·정비는커녕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다. 복원 정비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부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제주4·3진상규명위원회는 2003년 10월 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면서 대정부 7대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여기엔 집단 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 지원 등도 포함됐다. 정부가 유해발굴 및 유적지 복원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족과 도민에 대한 정부의 최소한의 조치다.

낙선동성 성벽과 도랑을 파서 만든 해자시설. 강희만기자

2005년엔 '제주4·3유적 종합정비 및 유해발굴 기본계획'을 수립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당시 정비 대상으로는 중요 유적 19개소가 선정됐다. 시급히 정비가 필요한 유적중심으로 선정한 결과다. 정비 사업은 초기에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등 순조로울 듯이 보였다. 낙선동 4·3성, 섯알오름 학살터 등 3곳의 유적에 국가예산이 투입돼 정비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 전개 과정은 실망스럽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유적지 정비는 사실상 중단됐다. 중요 유적지 19곳 가운데 정비는 7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낙선동 성이나 북촌 너분숭이기념관, 섯알오름 학살터를 제외하고 주변 환경정비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는 지속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명목상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위령비나 안내문을 세우는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갈 길이 멀다. 잃어버린 마을 표석세우기만 해도 그렇다. 4·3 당시 잃어버린 마을은 모두 108곳에 이른다. 집들이 전부 불에 타거나 주민이 소개되면서 삶의 터전은 사라졌다. 이 가운데 표석이 설치된 곳은 27개소에 그치는 실정이다. 나머지 80곳 정도는 표석조차도 설치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복원 정비사업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스럽다. 철저한 고증이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탓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낙선동 4·3성. 길이가 490m로 현재 남아있는 4·3마을성 가운데 최대 규모다. 성벽 높이는 3m로 성 밖에는 도랑을 파서 해자를 설치하는 등 견고하게 축성됐다. 4·3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이 크다.

제주도에서도 이를 감안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국비 22억 원을 투입 정비를 실시했다. 성곽 일부를 정비하고, 성 내부에는 경찰지서와 함바, 초소, 통시 등을 시설했다. 하지만 당시부터 전문가나 4·3경험자들의 고증과 자문을 거치지 않고 추진하는 바람에 원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4·3유적지보존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나 정비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마을 관련 위령비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현재 마을 위령비는 도 전체적으로 22개소가 설치됐다. 마을 자체에서 조달하거나 지방비, 또는 국비를 지원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4·3당시 피해 마을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위령비 건립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4·3의 역사적 의미와 아픔을 공감하는 예술적 상상력과 결부된 조형물 설치에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위령비 자체를 건립하는데만 치중하다보면 천편일률적인 조형물이 되기 십상이다. 제주4·3평화공원이 조성돼 있는 점도 고려하면서 개별 위령탑 정비에 대한 방향을 고민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4·3 70주년을 계기로 기존 유적지 보존 정비 사업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자문위원=문성윤 변호사, 박명림 연세대교수, 박찬식 제주학센터장, 양윤경 4·3유족회장 /특별취재팀=이윤형 선임기자 표성준 차장 송은범 기자>



기고 / 김창후 제주4·3유적지보존위원회 위원장

"4·3경험자, 전문가 등 자문거쳐 정비 이뤄져야"


제주도의 4·3유적지는 대략 700개소(2003년 조사된 122개 마을 598개소, 미조사 마을 37곳 100여 개소)로 알려지고 있다. 4·3유적을 '잃어버린 마을, 4·3성, 학살터, 희생자 집단묘지, 주둔지, 비석' 등 10가지로 다양하게 분류해 놓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제주4·3연구소는 '4·3유적지 정비 및 유해발굴 기본계획'을 2005년 11월에 수립했다. 그 후 이 계획에 따라 정부는 4·3유해발굴사업을 실시해 제주공항 등지에서 유해 400구를 발굴했고, 현재 봉개동의 제주4·3평화공원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역에서 4·3중요유적으로 지정된 19개소의 유적지를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고 있다.

유적지 정비사업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때문에 현재 19개 중요유적지 가운데 8개소만 사업을 끝낸 상태이다. 그것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주변 땅을 매입하고, 기념관을 건립하며 대단위 정비사업을 벌인 곳은 북촌과 선흘, 모슬포의 섯알오름 세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5군데는 진입로를 정비하고, 위령비를 세우거나 종합안내판을 설치하는 정도였다. 그나마 이런 소규모의 정비사업도 추가지원이 없어 나머지 유적 10개소는 겨우 안내판을 설치해 탐방객들을 맞는 실정이다.

최근 문화재청은 남원읍 수악주둔소의 등록문화재 지정 여부를 가리기 위해 현장을 답사했다. 4·3유적지도 문화재 등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실기(失期)한 곳도 있다. 한림읍의 진동산 뒷골장성의 경우 사유지이고, 문화재 등록도 안 돼 있어서 밭주인이 이미 성담을 다 허물어버렸다.

현재 많은 사업비가 투입되는 4·3유적지 정비사업을 전문적으로 자문하기 위해 제주도의 조례에 따라 제주4·3유적지 보존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위원회는 과거 선흘의 낙선동 4·3성 정비사업 때처럼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서도 지역의 4·3 경험자나 전문가 자문 없이 정비돼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위원회는 4·3중요유적 중 1순위로 토지를 매입하고, 정비해야 할 곳을 제주시 화북동에 위치한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으로 결정했다. 마을터가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곤을동이 뒷골장성처럼 훼손되기 전에 정부는 한시바삐 토지를 매입하고 정비사업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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