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의 인기프로그램으로 요리방송이 대세이다. 요리의 내용도 고급스런 레스토랑의 레시피가 아니라 일상의 주변에서 손쉽게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더욱 인기 있다. 더불어 '혼자살기'를 주제로 한 방송도 요리 방송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한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다가오는 방송의 재미 이면에는 편치 않은 우리사회의 현실이 놓여 있다.
이른바 오포세대, 연애·결혼·출산은 물론이고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해야 하는 삶의 절망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베이비부머의 2세대인 에코세대인데 자의든 타의든 '나홀로 족'이 되어 살고 있는 우리사회의 다음세대이고 미래인 것이다. 이제는 이들을 위한 기성세대의 배려가 촉구되는 시점이다.
더구나 우리 제주는 유입인구에 의한 인구성장의 사회에 놓여있어 이러한 1인가구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더욱 절실하다. 2014년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도내 1인가구의 비율은 37%에 달하고 숫자적으로는 9만 세대를 넘어선다고 한다. 2015년 6월말로 제주의 인구는 63만을 돌파하였고 유입인구수만 연간 1만 3000여 명이 되니 도내 1인 가구비율에 따라 단순계산을 해도 연간 5000가구의 1인가구가 유입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외식산업은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대형마트에서 1인용 부식의 판매성장률도 10%를 넘어선다. 그러나 각종 지표에서 발표되는 솔로이코노미의 성장 속에서도 1인가구를 위한 주거의 공급은 질적 양적인 측면 모두 긍정적이지 못하다.
최근 제주의 주거시장은 임대보다는 분양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분양시장이 순조로운데 번거롭게 임대주택을 공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분양사업을 할 부지가 부족한 상황이고 제주의 원풍경을 이루는 자연녹지와 계획관리지역들이 주거용 택지로 전환되는 속도가 가속화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대주택시장의 주력은 개인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가 및 공사비의 상승요인에도 불구하고 연 7~8%의 임대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신규 공급되는 임대형 주거들의 임대비용은 사회의 초년병이거나 일정한 수입이 없는 에코세대의 나홀로 족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용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주도민가구의 37%를 이루고 있는 1인가구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택정책은 시급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건축가로서 필자는 공공이 주도하는 '공유주택 시범사업'을 제안한다. 공유주택이란 주거를 이루는 공적부문(거실, 주방, 취미실, 유틸리티 등)과 사적부문(침실, 욕실 등)중 공적부문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일반적인 원룸형의 소형주거와 비교하면 질적으로 우수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나홀로'라는 사회적 문제를 '혈연에 의한 가족'에서 '공유주거에 의한 가족'이라는 동병상련의 커뮤니티를 통해 풀어낼 수 있다. 공공교통의 서비스가 용이하고 낙후된 주거지역의 몇 곳을 점(點)적으로 선정하여 공유주택의 프로그램으로 시행한다면 사업단위 당 10여 가구의 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주거공급을 통하여 현행 도시재생의 정책이라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레이어를 덧씌우는 방식의 단점인 상주인구의 증가를 보완할 수 있다.
최근 제주사회는 폭발에 가까운 인구증가에 의해 각 분야마다 새로운 정책과 신속한 대처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도시·건축의 정책은 주거문화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주거유형과 도시재생의 수법이 융합된 주거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할 때가 아닌가 한다. <양건 가우건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