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글로벌화 시대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 것만 고집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 것을 버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의 좋은 점은 당연히 지켜야 하겠지만 식생활 습관과 관련해서 '도저히 이건 아니올시다'라는 점이 몇가지 있다.
내가 잘 가는 보리밥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예전엔 가난의 대명사 같던 보리밥이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이다. 학창시절 점심시간 때 차마 펼쳐놓기가 창피하여 도시락 뚜껑으로 가리고 먹곤 했는데 이제 쌀밥보다는 보리밥을 먹어야 있는 사람 대우를 받는다니 그저 감개가 무량할 뿐이다.
필자 역시 '난 건강을 위하여 이렇게 보리밥을 즐겨 먹는다오' 약간의 선민의식 비슷한 것을 느끼며 보리밥을 자주 먹는 편이다. 특히 여러 가지 산채에 보리밥을 넣고 비벼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여럿이 한 식탁에서 먹을 때 곤란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앞에 놓인 된장국을 떠먹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방식은 너도나도 숟가락을 넣어 그냥 떠먹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숟가락이 된장찌개에 닿으려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여 멈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밥을 비빌 때 숟가락에 묻은 음식찌꺼기를 보는 순간 차마 공동으로 먹는 찌개에 숟가락을 담글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여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는 더 민망하여 아예 먹고 싶은 찌개를 먹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않고 숟가락을 담그는 용감한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의 배짱에 감탄하면서도 솔직히 그 사람이 숟가락을 담근 찌개를 필자는 끝내 먹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국자와 접시를 달라고 하면 요즘은 가져다주기는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준비해 주지 않는 것은 전통 방식으로 알아서 먹으라는 것이 아닐까.
시원한 동치미가 올라올 때도 있다. 이걸 한 번 떠먹고 싶은데 이 역시 여간 곤란하지 않다. 된장찌개는 그릇이라도 크니까 국자를 달라고 하면 되겠는데 동치미는 작은 종지에 담겨 나온다. 식탁 하나에 한 개 나오는 걸 보면 분명 여럿이 함께 먹으라는 것인데 그 작은 종지에 어떻게 숟가락을 담근단 말인가. 눈치만 보다가 결국 먹기를 포기하고 만다.
필자가 20여년간 환경교육을 담당해오다 보니 생긴 습관이겠지만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유달리 잔소리가 많은 편이다. 필자의 잔소리는 한 가지다. '제발 음식 좀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환경교육을 열심히 하는 사람 중에도 교육을 할 때의 태도와 일상생활에서의 태도는 영 딴판인 것을 볼 때는 씁쓸하기 짝이 없다.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을 남기면서도 별로 미안해 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정말 그 사람이 환경교육 담당자가 맞나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권재효 시인^지속가능환경교육센터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