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백록담] 칭다오 항로 청구서

[이상민의 백록담] 칭다오 항로 청구서
  • 입력 : 2026. 07.06(월) 03: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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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칭다오 항로 개설 협정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에 차곡차곡 쌓이는 재정 불이익까지. 도민들이 최종 받게 될 청구서에 도대체 얼마가 찍힐지 감도 오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잘못을 바로 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칭다오 협정 체결 동의안이 의회에 제출되기 전 예산담당관실은 사업 타당성을 검증해야 하는 투자심사 대상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투자심사 실무부서 의견이니 과연 맞는 말인지 변호사나 중앙 담당부처에 물어볼 법도한데 오영훈 전 지사는 필요 없다는 해운부서 의견만 믿고 체결을 강했했다.

의회는 어떤가. 3년 간 최대 200억원이 넘는 혈세가 소요될 수 있지만, 협정 동의안을 검토한 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엔 투자심사의 '투'자도 없었고, 의원들은 심사 내내 타당성 부족, 경제성 우려를 질타하고선 유체이탈인지, 봐주기인지 토시하나 건드리지 않고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도민 사회 우려가 쏟아지자 오 전 지사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며 여론을 달랬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어느 시점엔 물동량이 이만큼 확보돼 흑자로 전환된다는 등 걱정을 덜만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투자심사 패싱 논란이 불거진 건 그 뒤다. 아군인 줄 알았던 민주당 당원 모임이 투자심사 절차를 어겼다며 공세를 취하자, 제주도는 아차 싶었는지 올해 1월 행정안전부와 변호사 2명에게 부랴부랴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결과는 2대 1. 투자 심사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또 고집을 부렸다. 이제는 법제처 의견까지 받겠다며 5개월 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달 법제처마저 투자 심사대상이라고 판단하자 제주도는 그제야 위법을 인정하고 대안을 골몰하고 있다. 투자심사 패싱은 교부세 감액 등 재정 폭탄으로도 돌아왔다.

여태컷 지급한 수십억원의 손실보전금은 투자금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재정 페널티는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허공 속에 사라지는 돈이다.

또 정부는 지자체가 위법하게 지출한 범위만큼 교부세를 감액하기 때문에 올해 1월 제주도가 첫 번째 유권해석을 받았을 때 재빨리 수습에 나섰다면 불이익 규모는 어떻게든 줄일 수 있었지만 또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이마저도 날려버렸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감사위원회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조사에 나섰지만 협정을 주도한 오 전 지사는 이미 도청을 떠났다.

퇴임을 앞둔 근 며칠간 투자심사 위법 문제로 제주가 떠들썩했지만 그는 사과도,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다음과 같은 퇴임사만 남겼을 뿐이다.

"다시 같은 선택의 순간이 와도 도민 행복과 제주의 미래를 위해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했을 것" 도무지 무슨 선택과 길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숨은 행간에 설마 칭다오 협정이 끼어 있을까 봐 소름이 돋았다. <이상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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