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갈 곳 없는 공연 물품 "나누고 다시 쓰자"

제주 갈 곳 없는 공연 물품 "나누고 다시 쓰자"
세이레아트센터, 공동 주택 지하 공간 보관 물품 이전 요청에 발 동동
강상훈 대표 "다시 어느 곳에서 보관 장소 찾아야 하나" 답답함 토로
9년 전 제주도에 '무대은행' 제안했지만 제주 공연 생태계 변화 없어
서울문화재단 공연 물품 공유 플랫폼 등 공공 영역 지원 사례 주목
  • 입력 : 2026. 05.20(수) 18:18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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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강상훈 대표가 제주시 아라동 공동 주택의 한 지하 공간에 쌓여 있는 공연 물품들을 확인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9년 전의 장면을 다시 보는 듯했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갈 곳 없는 공연 물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은 그때와 판박이었다.

지난 19일 제주시 아라동의 한 공동 주택 지하 공간. 세이레아트센터 강상훈 대표를 따라 들어선 그곳에는 돌담, 현무암, 나무, 의자, 항아리 등 연극 무대 세트와 장비들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폐기 처분한 것도 있지만 일부는 재활용할 수 있는 물품이어서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공동 주택 측에서 이 공간을 입주자들의 운동 시설로 쓰겠다며 물건을 빼달라고 요청해 강 대표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무상으로 사용하다 근래엔 얼마간의 비용을 내며 지난 5년간 그곳에 세트를 보관했는데 그만한 공간을 다른 데서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보관 창고를 알아봤더니 소극장의 임차료보다 비싸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강상훈 대표가 제주시 아라동 공동 주택의 한 지하 공간에 보관 중인 공연 물품들을 확인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강 대표는 9년 전에도 무대 물품을 둘 데가 없어서 세이레아트센터 주차장에 쌓아둔 적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2017년 4월 본보 기사에 이어 5월엔 본보 기획물 '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를 통해 제주도에 '무대창고' 또는 '무대은행' 운영을 제안했다. 무대 세트, 소품 등을 보관하고 다시 쓸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조성되면 극단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제주에서 수년째 묻히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현실화됐다. 서울문화재단은 2023년 5월부터 공연 물품 공유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스테이지 서울'이란 이름의 플랫폼으로 공연이 끝난 후 보관할 곳이 없어 쉽게 버려지던 물품들을 재사용하고 공연에 필요한 물품을 값싸고 편리하게 대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립극장에서는 2024년 9월 지역민을 위한 전시·공연 예술 체험 프로그램 공간을 겸해 국립예술단체가 사용한 무대 장치, 소품, 의상 등을 보관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무대예술지원센터를 개관했다.

지금처럼 극단 자체적으로 공연 물품의 제작·보관·재활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공 영역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 대표는 "육지에서 오는 공연까지 생각한다면 노는 건물을 이용해 도민과 관광객을 위한 교육, 체험까지 가능한 무대예술지원센터와 같은 곳이 제주에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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