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학교 급식종사자의 '상시 근로'가 시행되고 있지만, 올 여름방학에도 초등학교 돌봄 현장에선 급식 대신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교육청은 사전에 노사 협의가 원만히 이뤄진다면 조만간 '돌봄 급식'이 가능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입장 차가 워낙 큰 상황이라 최종 합의까진 갈 길이 멀다.
12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도내 학교에 근무하는 급식종사자가 상시 근로로 전환됐다. 방학 중 임금 공백을 해소해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며 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정책이다. 올해부터 상시 근로에 들어간 급식종사자는 조리실무사, 조리사, 석식영양사 등 모두 855명(3월 1일 기준)으로, 지난 1~2월 겨울방학부터 방학 중에도 근무를 하며 임금을 받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도교육청이 지난 겨울방학에 도내 초중고 표본학교 22곳(초등학교 1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8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 중 병설유치원 방과후 급식을 하는 초등학교 9곳은 급식종사자들의 협업으로 급식이 준비됐다. 기존에는 조리사 1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고등학교는 조사 대상의 절반가량이 방학 중 방과후 과정 급식을 운영했는데, 앞으로는 그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도교육청은 내다봤다. 고등학교의 경우 방학 중 급식은 수익자 부담이 원칙이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았지만, 학교 급식종사자가 방학 중에도 일하게 되면서 그 금액이 30~40%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방학 중에 급식이 없는 중학교에선 실제 급식 대신에 급식시설 위생관리, 직무연수 등으로 근무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도내 초등학교 돌봄 현장에선 여전히 급식 대신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 상황이 반복됐다. 지난 겨울방학에도 도내 모든 초등학교(111곳) 돌봄교실에선 위탁급식업체가 만들어 배달한 도시락이 학생들의 점심으로 제공됐다. 방학 중에도 급식종사자가 근무를 했지만, 학교 급식실에서 끼니를 제공하진 못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도교육청은 올해 상시 근로 전환에 앞서 급식종사자 대표와 수차례 협의를 벌였지만, '방학 중 초등 돌봄 급식' 시행에 대해선 결론을 짓지 못했다. 병설유치원과 고등학교, 특수학교의 방학 중 급식에 합의를 이룬 것과 대조적이다.
도교육청과 근로자 대표 간의 노사 합의가 언제쯤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현재 급식종사자 노조 측은 '학생 80명 당 1명'으로 운영 중인 급식실 배치 인원을 대폭 완화하고 초등 돌봄 급식 시에 추가 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도교육청은 재정 부담, 형평성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주보다 먼저 급식종사자 상시 근로를 시도했던 경남, 전북, 광주, 전남 등 전국 교육청에서도 방학 중 초등 돌봄 급식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해 결국 시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순자 도교육청 학교급식담당은 이날 교육청 기자실에서 "상시 근로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는 (급식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이라며 "돌봄 급식까지 완전히 합의하고 시행하려 했으면 (상시 근로로 전환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변경된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학교장이 (방학 중 돌봄 급식을) 지시할 수는 있지만, 급식종사자와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장이 강제로 급식을 하기 위해선 부담이 굉장히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이 근로자 대표들과 협의한 뒤 학교에 안내하기 위해 정례적인 협의회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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