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항공 안전 취약 분야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 중 제주공항 로컬라이저 H빔 철골구조물에 대한 조사 결과. 감사원 보도자료 갈무리.
[한라일보]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규정을 어기고 부적절하게 설치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0일 이런 내용의 항공 안전 취약 분야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2024년 12월29일 무안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해 179명이 숨진 참사를 계기로 전국 공항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진행됐다.
감사 결과 제주공항 활주로 끝단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의 기둥 격인 H빔 철골구조물은 부러지지 않는 재질로 설계돼 오히려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더 큰 피해를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앙에 정확히 착륙할 수 있게 유도하는 시설을 말한다.
제주공항 로컬라이저는 길이 42m로 지난 1986년 최초 설치됐으며 이 시설을 받치고 있는 H빔 철골구조물은 길이 47m에 높이는 7m에 이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상 로컬라이저처럼 항공기 지상 이동 과정에서 충돌할 수 있는 구조물은 쉽게 깨질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제주공항에 설치된 H빔 철골구조물은 항공기와 충돌시 부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고 충격으로 구조물이 항공기 진행하는 반대 방향으로 튕겨져 나와 승객에게 큰 충격을 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H빔은 항공기와 충돌하면 오히려 기체를 덮쳐 사고 피해를 키운다는 뜻이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날 경우를 대비한 종단안전구역(종단구역)도 실질적으로 확보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2006년 ICAO 기준대로 활주로와 착륙대 사이 정지로(이륙 포기시 항공기가 정지하는 구역)를 반영하는 시설 기준을 만들었지만 이럴 경우 정작 종단구역 권고 기준을 못 지킨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제주공항을 비롯한 6개 공항에 적용하려던 정지로를 시설 기준에서 제외했다.
ICAO 기준대로라면 활주로 끝단에서 60~120m 지점까지 정지로를, 또 정지로 끝단에서 60m 이후 지점까지는 착륙대를, 착륙대 끝단에서 240m 지점까지는 종단구역을 각각 설정해야 한다.
감사원은 "종단구역을 추가 확보하는 등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정지로를 삭제해 기준을 만족하는 것처럼 형식적으로 규정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ICAO 기준을 적용하면 제주공항에서 주로 활용되는 동서활주로 종단구역은 180m로 축소돼 권고 기준보다 60m가 모자라고, 보조로 쓰는 남북활주로의 종단구역은 22m까지 축소돼 최소 안전 기준인 90m에도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공항 측은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현재 운용 중인 로컬라이저 시설을 철거하는 공사를 올해 하반기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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