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망자인데 ‘6·25참전유공’… 박진경 서훈 논란

전쟁 전 망자인데 ‘6·25참전유공’… 박진경 서훈 논란
국가기록원 을지무공훈장 훈기부 살펴보니
‘육이오참전유공’… 1948년 숨져 시기 오류
보훈부 “훈장 거짓이면 유공자 지정도 취소”
  • 입력 : 2026. 01.22(목) 17:34  수정 : 2026. 01. 22(목) 17:53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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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 을지무공훈장 훈기부. 박진경 대령으로 추정되는 훈기번호 ‘J000356’의 공적 요지는 ‘육이오참전유공’이라고 명시됐다. 훈기부 갈무리

[한라일보] 제주4·3 당시 강경 진압을 지휘한 고(故) 박진경 대령이 6·25전쟁 발발 2년 전(1948년) 사망했지만 6·25참전유공자로 인정돼 훈장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기적으로 전쟁에 참여할 수 없었음에도 박 대령은 6·25 참전 전몰군경으로 인정돼 무공훈장을 받은 셈이다.

또 최근 논란을 빚은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의 근거가 ‘을지무공훈장’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훈장의 적정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한라일보가 확보한 국가기록원의 ‘을지무공훈장 훈기부’에 따르면 박 대령은 훈기번호 ‘J000356’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육군본부1사11연 소속으로 1950년 12월30일 ‘육이오참전유공’으로 을지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이 자료에는 대간첩작전(D), 외국인(F), 6·25참전(J), 월남전참전(W) 등의 공적으로 을지무공훈장을 받은 자들의 훈기번호가 각각 알파벳으로 구분됐다. 또 훈장 수여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군번, 소속, 직급, 훈종·훈격, 수여일자, 공적 요지가 기재돼 있다.

훈기번호 속 숫자 ‘356’은 박 대령의 을지무공훈장 증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증서에는 “멸공전선에서 제반애로를 극복하고 헌신분투하여 발군의 무공을 수립하였음으로 (중략)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함”, “제三五六(356)호로써 무공훈장부에 기입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훈기부에 기재된 소속 ‘육군본부1사11연’은 박 대령의 마지막 소속과 직급인 ‘조선국방경비대(현 육군) 제11연대장’과 일치한다. 이같은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훈기번호 ‘J000356’은 박 대령임을 추정할 수 있다.

박 대령의 6·25참전유공 시기 오류 등에 대한 본보 질의에 국방부 관계자는 “1950년도 당시의 무공훈장 수훈 공적자료(공적조서, 심의자료 등)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도내 4·3연구자 A씨는 “6·25전쟁 발발 이전에 이미 사망한 사람이 6·25참전유공으로 훈장을 받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훈기부 속 공적 요지가 박 대령의 을지무공훈장이 거짓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고(故) 박진경 대령이 받은 을지무공훈장. 독자 제공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부와 국가보훈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 대령의 무공훈장 수여 사실을 언급하며 “1948년에 사망했는데 6·25 참전 유공자로 훈장을 받았다는 게 팩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정확한 내용은 남아있지 않지만 6·25는 아니고 국가 안전보장과 전몰장병에 대한 훈장으로 남아있다”며 “6·25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상훈법 제8조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형을 받았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 중인 보훈부 관계자는 “국가유공자 지정의 근거가 된 훈장이 거짓임이 밝혀져 취소될 경우 유공자 지위도 자동으로 소멸된다”며 “다만 상훈법이 아닌 국가유공자법 4~6조에 따라 해당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지난 21일 한 매체의 라디오에 출연해 박 대령의 유공자 등록 신청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유공자 신청은 국가유공자법 제5조에 따라 직계 아들딸과 부모 등만 신청이 가능한데 박 대령의 경우 손자가 신청한 점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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