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22)만두 빚는 밤-문혜연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22)만두 빚는 밤-문혜연
  • 입력 : 2025. 11.25(화) 03:00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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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빚는 밤-문혜연




[한라일보] 만두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됐대요

누군가를 살리려는 마음이

이토록 오래 이어져서



혼자여도 모여앉는 기분으로

오래된 다정함을 빚어요



깊이 얼려두었다가

우리 모두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도무지 믿을 수 없을 때



꺼내 먹을 거예요

희고 따뜻한 만두를

깊은 곳을 데우는

삽화=배수연



"만두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됐대요". 이렇게 예쁜 말을 들으면 '그 마음' 아닌 것은 모두 숨기고 싶어진다. 하여간 만두 빚는 그믐밤을 환하게 밝히는 건 '마음'이다. 누군가를 살리고 싶으면 처형장에 이름을 부여하여 찌고, 얼리고, 튀기고, 데울 수 있는 만두를 빚자. 가장 먼 곳까지 흘러가 화산이 된 어느 시인이 죽은 산의 일원인지 아닌지를 지시해 주는 기호처럼 만두가 있고, 만두엔 피와 속재료가 있으며, 피나 속재료 모두 이것저것이 섞인다. 이런 만남이야말로 곧 순수한 삶의 노래라는 듯 밤에 빚는 만두는 어떤 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잠깐 뜨는 그믐달 뒤에서 곧 날이 밝을 것이기에. 이 믿음이 왠지 처음이 아닌 듯 쓸쓸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만두는 내가 쥔 작은 손만 하고 만두는 일하는 손바닥에 사실 오래전부터 딸려 있었다. 손을 쓸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인간의 마음속엔 얼려둔 것이라도 있다. 보지도 않은 글자를 살리려는 시인처럼 혼자 만두를 빚으면 글 속에 독자가 들어가듯 만두 속에 색이 들어가거나 새우도 들어갈 수 있다. 만두의 필적이다. 마음에서 따스한 김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때 꺼내서 다시 데워먹는 법이 쓰였다. 그리고 혼자 빚는 만두는 자기 치유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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