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관광객이 늘고 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올 연초 전년비 큰 폭으로 줄면서 울상이던 제주관광업계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10월엔 외국인관광객 폭등세에 힘입어 '하루 5만명' 기록이 이어지기도 했다. 관광시장 호조세에 제주도는 잔뜩 고무됐다. "도정 정책과 현장 대응, 민관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지난해는 1376만여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 전년보다 3% 증가했고 올해도 10월 기준 1125만명으로 선전 중이다. 특히 크루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외국인관광객이 폭등 중이다. 지난해는 190만여 명이 찾아 전년보다 3곱절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지난 한 해 기록을 넘어섰다.
그런데 관광시장 주변 목소리를 들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관광객이 많이 오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겉으론 보이는 호조세에 타 업종은 관광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정작 관광업 내부에선 헉헉거리고 있다. 더욱이 불행히도 고통에 따른 인내는 오롯이 근로자에 전가되고 있음이다.
도내 언론지면에선 노조 파업 기사를 자주 접한다. 노조원 수가 많은 큰 회사가 대부분이다. 노조 힘이 작지 않음에도 경영 측과 갈등엔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실상 제주지역 관광업계 대부분은 영세하다. 종업원 10인 미만이 대다수다.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편법 근로가 횡행하고 근로자가 조금 잘못하면 그걸 핑계로 사실상 부당해고하기 일쑤다.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갑질도 예사지만 근로자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참는다.
제주관광,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은 제주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주5일 근무는 언감생심이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일도 많고 고객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월급은 쥐꼬리다. 이것만으로도 힘든데 사장에게 수시로 한소리 듣는다. 감춰진 제주관광 현실이다.
올해 제주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열풍으로 해외에 알려지는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얼마 전엔 이재명 대통령이 APEC을 계기로 해외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며 제주를 언급했다. 제주관광, 참으로 복도 많다. 어둠은 가려지고 밝은 햇살만 빛난다.
무엇을 하던 우선돼야 할 것은 사람이다. 제주도의 관광 전략도 이젠 사람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관광객 몇 명 더 오는 게 뭐 그리 중요한가. 관광객을 제주로 유치하려는 제주도의 관광 전략 절대 목적은 제주에 터를 두고 있는 도민을 잘살게 하려는 것 아닌가.
올해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제주의 생명산업인 관광이 호조세를 띠고 있어 다행이다. 그럼에도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종사자가 행복하지 않은 관광, 성장은 한계에 부딪히고 지속적일 수 없다. 제주관광, 기본부터 정말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김성훈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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