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부터 17일까지 국회의원회관 2층에서 열리는 '제주4.3, 기록과 예술로 밝혀낸 진실: 국회4.3특별전' 에 전시된 4·3 피해신고서.
[한라일보] 정치권에서 제주4·3 왜곡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4월 제주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회가 국회에서 열려 왜곡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14일부터 17일까지 국회의원회관 2층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위성곤·김한규·문대림·정춘생 국회의원 공동주최로 '제주4.3, 기록과 예술로 밝혀낸 진실: 국회4.3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제주4·3기록물의 역사적 가치를 국민과 공유하고 4·3해결 과정에서 국회가 보여준 입법적 노력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장에는 형무소에서 온 엽서와 도의회 4·3피해신고서, 진상규명 관련 도서 등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 것은 1997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4·3특별위원회에 제출된 피해신고서다.
40대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신고서에 "마당에서 짚신을 삼고 있었는데 당시 2연대 군인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학살할 때 피해를 봤다"며 "억울하게 돌아간 이들의 명예회복을 시켜주고 넋을 달래기 위해 위령제를 해마다 지내 영혼을 달래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22세 아들을 잃은 또다른 희생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당시 농업학교 학생이었는데, 자수를 하면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하여 1949년 봄에 자수를 하였으나, 주정공장에 가두었다가 육지형무소로 이송한 후 소식이 없다"며 "형무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제사는 생일로 지내고 있다"고 작성했다. 또 22세 동생의 피해를 신고한 유족은 "(동생이) 일제에서 해방되기 조금 전에 일본에서 돌아왔고 4·3을 만났다"며 "1948년 12월 옴팡밭에서 토벌대에게 학살됐다"고 적었다.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문학·미술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4·3 유족들의 작품 역시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8살 때 4·3으로 아버지를 여읜 유족의 그림에는 초가집에서 아기 구덕을 흔들고 있는 할머니와 점심을 먹으려고 마루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총을 메고 집으로 들이닥친 서북청년단들을 쳐다보는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전시장에는 김석범의 '화산도', 현기영의 '순이삼촌', 이산하의 '한라산' 등 문학적 언어로 4·3의 아픔을 전한 문학작품과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지다'와 박경훈 작가의 '옴팡밭' 등 미술작품 등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15일 개막식을 갖는다. 최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3 당시 제주도민 학살의 주범을 미화하는 내용의 영화를 관람하며 4·3 왜곡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야당 인사의 개막식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시회를 공동주최한 위성곤 의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는 제주4·3의 역사적 진실과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고 국회가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에 힘을 모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