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도방언 유래설은 체면치레용
[한라일보] 부대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다. 표고 468.8m, 자체높이 109m다. 이 오름은 동북향으로 크게 벌어진 U자형의 말굽형 화구가 특징이다. 이 오름의 지명은 1709년 탐라지도에 '부대악(浮大岳)'이라고 나온 이래 '부대악(夫大岳)', '부대악(斧大岳)', '부대악(扶大岳)', 부대악(富大岳) 등으로 표기됐다. 이 지명들은 모두 글자만 다를 뿐 발음은 같다. 이 '부대'란 지명에 대해서는 "평안도 지방의 말로 '부대'가 부대기 또는 부대앝(부대밭)의 준말로서 화전 또는 개간지의 뜻인 것으로 미루어 그런 뜻으로 쓰인 게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라는 김종철의 오름 나그네의 기록을 따라 쓰는 실정이다. 그 뜻을 모르니 이 정도라도 적어 놓고 체면치레라도 하자는 심산인지는 모르나, 왜 평안도 방언이 여기에 붙게 됐으며, 화전이나 개간지라는 말은 어쩌다가 이 오름과 연을 맺게 됐는지 추정이라도 하면서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왼쪽 부대오름과 오른쪽 부소오름. 인접했지만 형태가 대조적이다. 사진 김찬수
본 기획에서는 이미 붉은오름 편에서 제시한 바 있다. 알타이어의 공통 조상어로 '보로-'가 있다. 산이나 언덕을 의미한다. 그중 퉁구스어에는 '비루-칸'이 산을 지시하는데 이 말은 인접 언어로 퍼져나가면서 분화했다. 그중 만주어로는 '보란'이 벼랑산을 지시하고, 솔론고어로는 '비라칸'이 산을 지시한다. 그러므로 붉은오름이란 고대인들이 '보란' 혹은 '비라'라 부르던 것이 '보란오름' 혹은 '비라오름'으로 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게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그 원래의 뜻은 잊히고 '붉다'의 뜻이 연상되면서 '붉은오름', 심지어 '흙이 붉어서' 붙은 이름이라는 데까지 이르면서 '흙붉은오름'으로도 부르게 됐다.
‘부-’는 불룩한 산이나 언덕
또한 이 발음은 '(배가) 부르다'에서 느낄 수 있는 불룩한 모양을 연상하게 돼 점차 '불른오름', '부른오름' 등으로도 불렸다. 이걸 알아들을 수 없었던 기록자들이 '붉은오름' 혹은 '적악(赤岳)'으로 표기하면서 지금의 붉은오름으로 고착된 것이다.
이 말은 점차 한반도어계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비루-', '보라-', '비라-'라는 어두음이 어간인 양 여러 오름의 지명에 영향을 미쳤다. '보르-', '비르-', '부르-' 등도 여기에서 온 것이다. 부대오름의 '부-'는 'ㄹ'이 탈락한 형태다. 어원상 산이나 언덕을 지시하는 지명어로서 여기서는 인접한 오름들과 비교할 때 불룩한 지형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내용은 추정이지만, 비교언어학적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부대오름. 불룩하지만 위는 평평하며, 넓게 벌어진 오름이다. 사진 김찬수
그러므로 부대오름은 '부+대+오름'의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부'는 당연히 위의 예에서 본 바와 같이 '부르-'의 축약형이다. '대'란 지난 회 한대오름 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가 평평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접한 곳에 있는 '도래오름'(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표기)의 경우 '평평한'과 미묘할 정도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즉 '평평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 '넓게 벌어진'이라는 뜻이 강하게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부소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다. 표고 469.2m, 자체높이 129m다. 부대오름의 동남쪽에 인접한다. 부대오름과 부소오름이 인접해 크고 작음의 대비지명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형태가 다르다. 해발고로 본다면 부대오름보다 부소오름이 40㎝ 더 높고, 자체 높이는 20m나 높다. 그러므로 부소오름이 부대오름보다 작을 거라고 짐작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

부소오름. 불룩하지만 위가 평평한 마르(마루)다. 사진 김찬수
불룩한 모르, 불룩한 도르
이 오름의 지명은 1703년 탐라순력도에 '사모(紗帽)'라 표기한 이래 '사모악(紗帽岳)', '사모산(沙帽山)', '사모산(沙冒山)', '부소악(扶小岳)', '모봉(帽峯)', '부소악(扶小岳)'으로 표기됐다. 이에 대해 오름의 형세가 '사모'를 닮았다 해서 '새모미'로 부르고 한자로는 '사모악(紗帽岳)' 등으로 표기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인 듯하다. '부소악(扶小岳)'이라는 표기는 인접한 '부대악(扶大岳)'과 대비해서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이 부분은 동의가 된다. 그러나 '사모'가 사모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모가 제주도 고대인들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제시하지 않는다.
이전 기록이나 실생활에서 '사모(沙帽山)', '사모산(沙冒山)' 등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 지명은 '사+모+산'의 구조다. '사(沙)'는 '모래 사'다. 훈가자로서 '모르'를 표기하려고 쓴 것이다. '모(帽 또는 冒)'는 음가자, 즉 뜻과는 관계없이 발음만 취한 것으로 역시 '모르'의 준말이다. '산(山)'도 '모봉(帽峯)'도 '모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이 오름은 '새몰매'라는 이칭이 검색되는데, 이 지명에 대해 "새몰이란 아직 길들여지지 아니한 풋말로서 '생몰'이라고도 한다. 즉, 풋말을 놓아먹이면서 길들이던 오름이라는 뜻이라 한다"는 설명이 보인다. 길들여지지 않은 말을 먹이는 곳이 따로 있었다는 말은 제주도 목장사에도 나오지 않는 괴이쩍기 짝이 없는 말이다. 여기서 '새'는 '모래 사' 즉, '모르'에서 온 말이다. '몰'과 '매'는 모두 '모르'의 축약형이다. 부소오름이란 불룩한 모르라는 의미다. 인접한 부대오름이 불룩한 도르 즉, 불룩하면서 위가 평평하고 넓게 벌어진 오름이라는 점과 대비가 된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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