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현암건설산업 사무실에서 만난 박기찬 대표.
‘안전 최우선’ 철학으로 26년… 연 매출 180억 달성단국대·청계고가 철거 등 굵직한 현장 경험 다수업계 협의회 회장 역임, 해체 자격제도 도입 앞장
[한라일보] 한라일보는 제주 출신 기업인들의 활약상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어온 제주 출신 기업인들을 조명하고, 국내외 환경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그들의 경험과 조언을 듣기 위함이다. 시리즈 세 번째 인물로 26년째 구조물해체공사 업체를 운영하며 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박기찬 현암건설산업(주) 대표를 소개한다.
지난달 20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현암건설산업에서 만난 박기찬 현암건설산업 대표(65)는 자신의 회사를 "건설 공정 18개 중 하나에 포함되는 구조물해체와 관련해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박 대표는 1999년 현암건설산업을 설립해 25여 년간 도로, 교량, 노후된 건축물, 플랜트 등을 해체하는 일을 해오며 이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창업 전 첫 직장에서의 관련 분야 근무 경험까지 포함하면 35년째다.
도시 지역은 개발 부지가 많은 교외 지역과 달리 노후된 건물을 해체해야 재개발 등이 가능해 구조물해체공사가 필연적으로 수행된다. 특히 도심에서의 구조물해체 작업은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데, 박 대표가 업계에서 인정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조물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계획서가 필요합니다. 안전시설을 어떻게 설치할지, 통행이 방해되는 부분은 어떻게 해소할지, 구조물의 형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체할지를 계획해야 하죠. 발파 방식으로 구조물을 해체하는 일은 오히려 쉬운 방식입니다. 그러나 구조물을 발파해서 해체하는 일은 도심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교한 해체작업이 필요한데 주로 그런 일을 해왔습니다."
2007년 당시 대규모 사업으로 주목받은 단국대학교 캠퍼스 이전 공사에서 건물 철거를 맡은 이가 박 대표다. 당시 단국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4만여 평에 캠퍼스를 뒀지만 좁은 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 수지로 캠퍼스 이전했다. 박 대표는 서울 캠퍼스에 있던 대학 건물들을 해체하는 공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당시 캠퍼스 건물 52개 동 전체를 해체했습니다. 그중 4·5층 건물은 기계식 공법을 이용해 철거했고, 중앙도서관의 경우 주변 건물과 비교적 떨어져 있는 넓은 부지여서 발파 해체했습니다."
박 대표는 집게로 건축물을 부수는 압쇄 공법, 건축물을 자르는 다이아몬드 와이어 쏘 공법, 발파 해체 공법 등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과거와 달리 최근 구조물해체 공사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5년 전에는 높은 집이 없었습니다. 높은 건물이 있다 해도 아까워서 철거를 못했죠. 그 시절에는 조그만 건물을 인력으로 철거했습니다. 당시에는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타격을 가해 건물이 부서지도록 만드는 걸 주로 했습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에 집게 방식이 도입됐고, 이후 교량 철거 등에 다이아몬드 톱으로 잘라서 드러내는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서울의 광진교, 성수대교, 한남대교, 양화대교, 행주대교… 이런 교량들도 철거됐다가 다시 지어졌습니다. 저는 지금은 사라진 청계고가 철거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2016년 '건설의 날'에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한 박 대표는 2019년 전문건설협회 비계·구조물해체공사협의회 제11·12대 회장에 추대돼 총 6년의 임기를 수행했다. 협의회는 전국적으로 3700여 개의 회원사가 등록돼 있고, 지역별로 45명의 대표 회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 대표는 협의회 회장을 맡아 해체공사 근로자들이 기술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박 대표는 토목·전기기사 자격증처럼 해체공사 기술 자격증 도입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인가를 받은 구조물 해체기술 연구원에서 해체기술자 자격증을 교육과 시험을 거쳐 발급 중이며, 그것을 국가기술자격제도에 편입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결국엔 토목건축기사처럼 해체공사 기술사·기능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물해체공사 시장은 연간 3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90년대 초반에는 국내에 10여 개 업체가 운영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 구조물해체 전문 회사는 300~400개에 이른다. 그 정도로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구조물 해체 대상은 앞으로도 매년 5%씩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구조물해체 공사와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앞으로 구조물 해체 사업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대학교에 해체공사 관련 과목과 학과를 개설해 해체 기술자를 육성하는 자격제도를 만들고, 그 자격자가 해체산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이에 대해 계속 설명을 해왔고, 조만간 자격제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분야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박 대표에게는 중요한 기업 운영 철학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공사현장 주변 민원 예방과 갈등 해소와 함께 현장 근로자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박 대표가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가치다.
"제일 중요한 게 안전이지요. 안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모든 신경을 안전에 투입해야 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안전하지 않은 공사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구조물 해체공사는 안전에 더 위협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투자비용이 늘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게 지론입니다."
최근 경기 침체로 건설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박 대표는 주변 기업들의 부러운 시선도 받고 있다. 구조물해체 분야 시장 전망은 밝기 때문이다. 급속한 산업화 속 도심을 채웠던 빌딩과 아파트가 이제 노후화돼 차례차례 재건축 재개발 수순에 들어가고 있어서다.
이 같은 사회 변화와 여건이 뒷받침되면서 현암건설산업은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다. 1999년 설립 첫 해 단 1건의 일감을 수주해 5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던 현암건설산업은 매해 성장해 지난해에만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이 사업 분야는 성장세를 이어갈 태세다. 그러나 박 대표는 마냥 사업 규모를 확장하는데 집중하지만은 않겠다고 말했다.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둔 만큼 무리한 공사 수주로 허점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희 회사는 업력이 있기 때문에 많은 공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안전을 담보해야하니 적정선에서 수주하려고 합니다. 공사 현장이 많아질수록 안전관리를 세밀하게 챙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재개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율하고 사전에 공감과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 역시 구조물해체공사에서 핵심적인 일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물론 소음과 분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방지하는 것이 민원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안전만큼이나 녹록지 않은 일이다.
박 대표는 성공한 기업가가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한 가지 일에 10년 정도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일이 더 좋아 보이고, 커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분야에서 10년 정도 최선을 다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추자도에서 나고 자란 박 대표는 추자중학교와 현 제주 중앙고의 전신인 제주상고를 졸업한 뒤 경기대학교 토목공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후 시멘트 생산 공장 연구소와 구조물해체 전문 회사에 취업해 10년 정도 근무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창업에 나섰다.
큰 위기 없이 사업을 성장시켜 온 그는 2015년부터 5년 동안 서울상공회의소 용산구상공회 회장으로도 활약했다. 국제라이온스협회 활동, 의용소방대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고 용산축구연합회 회장과 대한축구협회 이사도 지냈다. 2022년부터는 재경추자면민회장을 맡아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고향 얘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청와대가 주최한 낙도 어린이 초청 행사에 참여해 서울 곳곳을 둘러본 경험이 저에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추자도 어린이들을 서울로 초청하는 행사를 라이온스 클럽과 함께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 행사를 기다린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함을 느낍니다."
서울=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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