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사회부 기자 초년 시절, 제주시 연삼로가 개통됐다. 삼양동과 신시가지로 급부상한 연동을 잇는 총 연장 10.71㎞, 폭 35m, 왕복 6차선의 도로다. 동·서광로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1990년 개설을 시작, 1994년 개통됐다. 당시엔 4차선 도로였지만, 통행하는 차량이 급증하면서 확장 공사를 거쳐 2010년 1월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당시 도로는 차량 소통을 가장 큰 가치로 여겼다. 안전을 위한 신호등은 고사하고 가로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로 경계석이나 횡단보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바람에 숱한 인명피해를 야기했다. 저녁 식사 후 마실을 나가던 노인층이 주된 피해자였다. 가로등도 없는 데다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고 있어 쉽게 사고에 노출됐다.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에 변을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신호등·가로등과 함께 횡단보도·도로경계석 같은 안전 시설물이 갖춰진 것은 훨씬 후였다.
시행 3개월째로 접어든 제주형 간선급행체계(BRT) 사업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쪽은 '제주의 가치·브랜드를 높일 혁신적인 시도'라고 평가한다. 반면 다른 쪽에선 '교통사고 위험을 더 키운 비합리적인 정류장 설계'라고 질타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달 31일 개최한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사업 전문가 2차 토론회'에서는 이견이 극명하게 맞섰다. 동광로 BRT 구간 확대에 앞서 현행 체계를 중간 평가하는 자리였다.
외부 패널들은 BRT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며, 제기된 민원은 개편 초기 겪는 '어쩔 수 없는 불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운수종사자들은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한 운전사는 "처음 BRT를 도입했을 때에 비해 지금은 승객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면 우리 버스 운전사들은 광양사거리와 오라오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운전을 한다"고 호소했다. 한 시민은 "현재 서광로 BRT 사업은 비합리적으로 설계됐다"며 "인프라 확충보다는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자치도는 BRT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5월 제주시 서광로 약 3.1㎞ 구간을 개통, 섬식 정류장과 양문형 버스를 도입했다. 더불어 2026년까지 총사업비 318억원을 투입해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월산마을까지 10.6㎞ 동광로 구간에 BRT 구간 확장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BRT 사업으로 운행시간 단축 효과는 일정 부분 입증됐다. 하지만 이는 버스 전용차로에 한하는 현상이다. 다른 차로는 정체가 길어졌고, 연삼로까지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승객들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정류장 간격이 더 멀어지고, 내려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불편을 추가로 감수해야 한다. 양문형 버스이다 보니 좌석도 많이 모자랄뿐더러 좌석 자체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간선급행에만 치중한 결과다. 현장을 살피고, 사업 전반을 정밀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영종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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