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4·3사건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생존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이 고령인 점을 감안, 법원 외 재판이 이뤄졌다.
제주지방법원 형사 4부(부장판사 노현미)는 22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형사모의법정에서 4·3 사건 생존희생자 A씨(92)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A씨는 76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특히 이번 판결은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첫 직권재심 무죄 선고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 과정에서 제주지법은 피고인이 90대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신속하게 재심개시결정과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피고인이 거동이 불편한 사정을 고려해 법원 외 장소인 피고인의 거주지 인근 고양시에서 출장재심을 진행했다.
이에 앞서 '제주 4·3 사건 직권재심 합동 수행단' 소속 검사는 지난 4월 16일 4·3 사건과 관련, 1949년 유죄 판결을 받은 생존희생자 A씨에 대해 제주지법에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같은 달 28일 재심개시결정을 했다.
A씨는 1949년 당시 16세의 소년으로, 이웃의 신고로 체포돼 약 3개월 정도 제주경찰서에 수감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군정법령 제19호(공무집행방해) 위반죄와 일부 내란방조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A씨는 석방됐으나 6·25 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고, 다리에 포탄을 맞는 부상을 입어 서울로 이주했고 현재는 고양시에서 거주하고 있다.
특히 A씨는 제주에 거주하고 있지 않아 4·3 사건 희생자 신고 및 재심청구 절차에 대해 오랜 기간 알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재심청구절차에 이르게 됐다. 현재 고령에다 전쟁 중 입은 부상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 비행기를 이용한 제주로의 이동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법원은 피고인의 건강상 어려움과 고령인 사정 등을 반영해 신속하게 재심개시결정 및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법원조직법 제56조 제2항에 근거해 재판을 제주지법 외의 장소인 피고인의 거주지 인근 고양시 사법연수원 모의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사법연수원 모의법정에서 원외재판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법 관계자는 "몸이 불편하신 재판 당사자를 위해 사법연수원 청사가 활용됐고, 이로써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에 보탬을 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과 재판은 고령 등의 사정으로 권리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4·3 사건 생존희생자들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재심청구 등을 통한 사법적 권리구제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파악된 4·3수형인 4327명 중 2640명(군사 2168, 일반 472)에 대한 직권·청구재심이 이뤄졌고 2518명(군사 2167, 일반 351)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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