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보리 익는 계절, 자리물회가 먹고 싶다

[휴플러스] 보리 익는 계절, 자리물회가 먹고 싶다
늦봄에서 여름 사이 5~7월이 '제철'
회부터 구이·무침 등 다양한 요리로
먹어본 사람만 안다는 '제주의 별미'
오는 5월 31일부터 보목자리돔축제
  • 입력 : 2024. 05.24(금) 00:00  수정 : 2024. 05. 24(금) 21:27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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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자리물회가 먹고 싶다 / 그 못나고도 촌스러운 음식 / 제주 사투리로 / '자리물회나 하러 가주' / '아지망! 자리물회나 줍서하면 / 눈물이 핑 도는, / 가장 고향적이고도 제주적인 음식 / 먹어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 / (중략)'

지난해 10월 작고한 한기팔 시인은 자신의 시 '자리물회'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의 고향은 '자리돔 마을'로 유명한 서귀포시 보목동. '인생이 참뜻을 아는 자만이 그 맛을 안다'는 시인은 자리물회 한 그릇에 마음까지 배불렀을지 모른다. '한라산 쇠주에 자리물회 한 그릇이면 함부로 외로울 수' 없다는 그였다.

|보리 익는 지금, 자리돔 계절

자리물회에 빠져선 안 될 자리돔은 이미 제철을 맞았다. 예부터 제주에선 보리가 노랗게 익을 무렵인 5월에 자리돔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제주에서도 서귀포 보목과 모슬포가 자리돔으로 유명하다. 때마침 보목마을에선 이달 말에 자리돔축제가 예정돼 있다.

제주사람들에겐 '자리돔'보다 '자리'라는 제주어가 더 친숙하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한라대학교가 2017년 펴낸 '제주음식 생활문화사'를 보면 자리돔은 제주어로 '자돔', '자리'라고 부른다. 자리를 지키는 정착성 어종이라는 뜻에서 '자리'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총독부 상공부의 1910년 '한국수산지'에는 제주 전역에 흩어진 자리 그물망이 282망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제주 해안에 자리그물이 널려있을 정도로 테우배를 이용한 자리잡이가 성행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만큼 제주에서 자리돔은 친숙한 식재료다. 늦봄에서 여름 사이인 5~7월 제철에 들면 맛이 배가 된다. 산란기를 맞는 이맘때 자리돔은 뼈와 살이 부드럽고 맛이 고소해 별미로 꼽힌다. 그저 잘 손질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강회로도 구이, 무침, 젓갈 등으로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여름에 가장 인기 있는 건 '물회'다. 제주에는 '한여름 자리물회 다섯 번만 먹으면 보약이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톡 쏘는 재피 맛에 구수한 된장을 풀어'(한기팔 '자리물회') 시원하게 낸 한 그릇은 기호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지만, 제주의 '여름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맛이다.



|돌아온 '보목자리돔축제'

해마다 여름이면 서귀포 보목에선 '보목자리돔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이달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귀포시 보목포구 일원에서 열린다. 보목자리돔축제위원회가 주최하고 보목어촌계·보목동청년회가 주관한다. 물살이 잔잔한 보목 앞바다에서 잡힌 자리를 맛보고 다양한 체험까지 할 수 있게 꾸려진다.

행사 첫날인 31일에는 낮 12시 거리홍보를 시작으로 체험·참여마당이 이어진다. 이날 오후 8시에는 개막식이 개최돼 축제의 흥을 더한다.

이튿날인 6월 1일에는 보목해안도로 걷기와 보물찾기가 진행된다. 어린이사생대회를 비롯해 자리돔 맨손잡기, 왕보말·뿔소라 잡기 체험 등이 잇따른다. 축제 마지막날인 2일에도 어린이사생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이 계속된다. 지역예술가 공연, 보목자리돔 가요제도 준비됐다.

보목자리돔축제위원회는 축제 '초대의 글'에서 "제지기 오름과 섶섬을 품은 아늑한 보목마을이 스무번째 '보목자리돔축제'를 마련해 여러분을 모신다"며 "자리돔에 담겨있는 보목마을 사람들의 풍성한 인심을 가득 담아 소중한 만남과 추억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다.



출처 제주전통향토음식' 개정판

어르신 음식? 젊은 입맛도 사로잡는 '자리물회'

제주도가 2022년 펴낸 '제주전통향토음식' 개정판에는 제주사람이 예부터 먹어온 향토음식에 현대적 해석을 더한 표준 레시피가 담겼다. 요즘 입맛에 맞춘 자리물회 조리법을 소개한다.

1. 자리돔은 비늘과 내장, 머리를 제거한 후 채썬다.

2. 오이, 깻잎, 미나리, 양파, 배는 가늘게 채를 썰고, 부추와 청양고추, 홍고추는 얇게 송송 썬다. 기호에 따라 초피잎을 넣기도 한다.

3.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설탕, 참기름, 레몬즙, 다진 마늘, 다진 생강, 깨소금, 후추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 후 분량의 물을 부어 자리물회 국물을 만든다.

4. 썰어 둔 자리와 야채를 그릇에 담은 후 준비해 둔 자리물회 국물을 붓고 얼음을 2~3조각 띄워 먹는다.

[준비 재료] ▷자리돔 800g ▷오이 280g(1개) ▷깻잎 20장 ▷미나리 80g ▷부추 80g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양파 80g(1/2개) ▷배 80g(1/8개) ▷된장 4큰술 ▷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1큰술 ▷식초 8큰술 ▷설탕 4큰술 ▷참기름 1큰술 ▷레몬즙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4작은술 ▷깨소금 4작은술 ▷후추 약간 ▷물 1600g(8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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