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용암이 흘러간 길 위에 생긴 숲, 신비의 공간

[휴플러스] 용암이 흘러간 길 위에 생긴 숲, 신비의 공간
  • 입력 : 2023. 06.16(금)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거문오름 탐방포인트]
분화구·정상부 능선 따르는 태극길

‘딱 5일’만 한시적 개방하는 용암길
갱도진지·4·3도피처 등 역사 간직
독특한 생태적 입지 난·온대 공존
등반 스틱·취사·채집행위 "안돼"

[한라일보] 거문오름은 '신비의 숲', '비밀의 숲'으로 불린다. 그 이유는 곳곳에 태고의 신비를 품고 있어서다. 해발 456m(둘레 4551m)의 화산체인 거문오름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만년 전에서 10만년 전 사이에 화산활동으로 형성됐는데, 이 과정에서 폭발적인 화산활동과 함께 분화구 안에 해발 112m의 또 다른 작은 화산체인 알오름이 솟게 됐다. 또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류가 경사를 따라 북동쪽 해안까지 구불구불 흘러가면서 '선흘곶'이라는 곶자왈 지형을 비롯해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20여 개의 용암 동굴들을 만들었다. 이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그 가치를 인정 받으면서 거문오름은 제주도 오름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거문오름의 이름은 용암이 흘러간 길 위에 생긴 울창한 수림이 검은 색을 띠고 있어 '신령스러운 공간'이라는 뜻을 담아 지어졌다고 한다. 신비로운 동굴들을 만든 거대한 용암이 흘러간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느낌마저 든다. '2023 세계자연유산제주 거문오름 트레킹'이 15일부터 시작해 19일까지 5일간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거문오름에서 열린다. 거문오름의 속살을 느낄 시간이다.



▶두 개의 탐방코스, 태극길과 용암길=거문오름 트레킹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탐방 코스로 짜여져있다는 점이다. 탐방 코스는 A코스 '태극길'과 B코스 '용암길'로 나뉜다. 두 코스의 총 길이는 약 16㎞에 이른다.

'태극길'은 말발굽 모양의 거문오름 분화구와 오름 정상부 능선을 따라 걷는 탐방로다.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용암협곡, 알오름전망대, 화산탄, 용암협곡, 용암함몰구, 수직동굴 등 거문오름 분화구를 둘러본 뒤 오름 정상부의 9개 봉우리 능선을 돌아보게 된다. 탐방로 모양이 마치 태극 문양을 형상한다고 해 '태극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체 코스(10㎞)를 선택해 탐방하면 3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정상 코스(1.8㎞·1시간 소요), 분화구 코스(5.5㎞·2시간30분 소요), 능선 코스(5㎞·2시간 소요) 등 일부 구간만 선택해 걸을 수 있는 코스도 마련돼있다.

'용암길'은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산록수림, 곶자왈지대 산딸기 군락지, 벵뒤굴 입구, 알밤오름(알바메기)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다. 이 탐방로는 행사 기간 5일 동안만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벵뒤굴 내부는 둘러볼 수 없다.

'용암길'이라는 이름은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분출된 용암류가 지형경사를 따라 흘러가면서 만든 길이라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길이가 총 6㎞인 이 코스를 탐방하면 3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용암길 종착지인 선인동사거리(부처스인제주 주차장)에서 탐방안내소까지 4㎞구간은 셔틀차량을 운행된다.



▶아픈 역사의 흔적들=거문오름 일대는 고난과 비극의 제주근대사를 상징하는 핵심공간 중 하나로 꼽힌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와 주둔지, 4·3의 슬픔과 아픔이 녹아든 유적지 등 제주의 역사·문화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름 곳곳에 보이는 갱도진지는 일본군이 제주도를 최후의 전쟁기지로 삼았던 생생한 역사현장이다. 이어 해방공간에 불어닥친 4·3 당시에는 이 일대 사람들의 도피처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 과거 넓고 깊숙한 거문오름 일대는 사람들이 숯을 굽고 화전을 일구던 생활터전이었다. 시대를 거슬러 가면 조선시대 거문오름 주변은 국영목장의 무대가 된다. 이처럼 거문오름의 이면에는 제주근대사의 아픔과 비극이 흐르고 있다.

거문오름의 식생은 조림지, 낙엽활엽수림, 관목림 및 초지, 상록활엽수림 등 4개의 숲으로 구분된다. 이 중 곰솔림을 제외한 조림지는 대부분 삼나무림이며 일부지역에 편백나무림이 분포해 있다. 그리고 용암하도를 따라 다양한 함몰구가 발달해 있는 지질·지형적 특성으로 독특한 생태적 입지를 지니고 있어 난·온대식물이 공존하는 식생과 식물상을 갖는 곳이다.



▶탐방 시 주의사항=행사 기간에는 사전 예약 없이 거문오름을 탐방할 수 있다. 탐방 전에는 탐방안내소에서 반드시 출입증을 받은 뒤 탐방 수칙을 교육받은 후 탐방해야 한다. 탐방 입장시간은 자연유산 보호와 탐방객 안전을 위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로 제한한다. 다만 1일 강수량이 25㎜를 초과하거나 심한 안개 등 기상악화 때는 탐방이 통제될 수 있다.

탐방 구간에서는 취사행위를 비롯해 산나물과 꽃, 나무 등 일체의 채집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며,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와야 한다. 또 거문오름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등산용 스틱을 사용할 수 없다.

탐방객은 안전을 위해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서는 안되며, 특히 일부 구간의 목재데크는 지반과 차이가 많기 때문에 추락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문의는 탐방안내소(064-710-8980~1)로 하면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56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