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내일은 '국민의 힘' 보여주는 심판의 날

[한라칼럼]내일은 '국민의 힘' 보여주는 심판의 날
  • 입력 : 2016. 04.12(화)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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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그 얼마동안 참으로 길고도 긴 시간을 보냈다. 여·야가 벌인 역대 최악의 '공천전쟁'을 보느라 역겨웠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드라마였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무시무시한 말들이 쏟아졌다. 살생부 소동, 보복공천, 막가파식 공천, OOO 학살, 옥새쿠데타 등등. 더 이상 동원할 수 있는 말이 없을만큼 갖은 어휘들이 난무했다. 온통 누구에게 복수하고, 누구를 쳐내느냐에 혈안이다. 낯뜨거운 드라마를 지겹게 봤다.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은 해도 너무 했다. 친박계의 오만과 전횡은 하늘을 찔렀다. 유승민 의원의 축출과정은 치졸하고 비겁함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에게 밉보였다는 이유로 쫓아내기 위한 야비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과연 이런게 지도자인지, 이래야 지도자가 되는건지 무척 혼란스럽다. 보란듯이 마구 공천의 칼을 휘둘러댔다. 그들은 특정계파 죽이기나 보복공천만이 있었다. 어떤 원칙이나 기준이 있을 리 만무하다. 오죽하면 당 대표가 반기를 드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겠는가. 한국정치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래서 벌써부터 20대 국회가 걱정스럽다. 19대 국회도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식물국회니, 불임국회니 하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실제로 19대 국회 내내 격돌과 투쟁 일변도로 4년의 세월을 보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혁공천'이 국민의 큰 관심을 끈 이유가 뭔가. 바로 무능한 국회를 바꾸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로지 자기세력을 늘리는데만 열을 올렸다. 역대 최악의 국회를 주도한 장본인들은 책임지긴 커녕 멀쩡히 살아남았다. 그렇게 해서 앞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총선에 나온 인물들이 괜찮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19대 국회만도 못하다. 후보의 면면을 보면 가관이다. 국민의 기본의무조차 소홀한 후보들이 수두룩하다. 세금은 후보 8명 중 1명꼴로 제때 내지 않았다. 가장 민감한 병역문제 역시 내세울게 없다. 전체 남성 후보 834명 중 미필자가 143명이다. 미필률이 15.4%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일반인 미필률(10%)보다도 훨씬 높다. 전과가 있는 후보도 만만치 않다. 벌금 100만원 이상 범죄 경력의 후보가 376명에 이른다. 이런 후보들을 나라의 지도자로 뽑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명색이 선량이 되겠다고 나선 양반들이 이 모양이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드러낸 갖가지 추태를 보면 20대 국회도 싹수가 노랗다. 공천파동으로 인해 되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만 키웠다. 그래서 더욱 걱정된다.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어떻게 표출될지 말이다. 지레 투표율이 낮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정치 원로의 비관적인 전망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될 것이란 분석 탓이다. 기우로 그치길 바랄 수밖에.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중요한 건 유권자에 달렸다. 현명한 선택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고, 그래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 투표는 소시민이 가진 권력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이다. 유권자의 한표, 한표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얘기다. 내 한표가 세상을 바꾼다는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호소는 죽비를 치듯이 뜨끔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투표 참여를 간곡히 당부한 것이다. 내일은 투표로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를 심판할 사람은 국민밖에 없다. <김병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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