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한담 해안산책로

[길 路 떠나다]한담 해안산책로
출렁이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온 몸이 절로 빠져드네
  • 입력 : 2014. 05.09(금) 00:00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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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마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1.2km 산책코스
느린 걸음으로 바다 맞닿은 길 걷는 재미에 풍덩

푸른 바다를 감싸 안은 듯하다. 해안을 빙 두르며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귀에 와 닿으면 바닷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난다. 제주시 애월읍 한담 해안산책로. 그 길을 걷다보면 제주바다의 빛깔과 향에 온 몸이 조금씩 물들어 간다.

한담 해안산책로는 요즘 제대로 물이 올랐다. 따스한 햇살 아래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고 해안절벽엔 수풀이 푸르다. 해안가에 수줍게 피어난 야생화가 오가는 이들을 반긴다.

최근에는 '이효리 산책로'로 불리며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결혼과 동시에 제주에 정착한 가수 이효리가 남편 이상순과 한담 산책로에서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스타들의 사랑까지 독차지한 그 매력이 궁금해진다.

한담 해안산책로는 애월 해안도로 끝자락에 숨어 있다. 애월리 속칭 한담마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1.2km의 짧은 산책코스다. 시작부터 도착점까지 몇 번의 동산을 만나지만 경사가 대체로 완만하다. 남녀노소 누구든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산책로가 길지 않은 만큼 이곳에선 걸음을 늦추는 게 좋다. 바다와 맞닿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해안의 아름다움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해변에는 용암이 흩뿌려져 굳은 듯한 현무암이 저마다의 독특한 생김새를 뽐낸다. 악어바위, 하마바위 등 바위마다 붙여진 이름을 보며 걷는 재미가 있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야생화에도 눈길이 간다. 산책길 중간 중간에 야생화 사진이 담긴 액자가 설치돼 있어 발길을 잡는다. 노란빛의 산괴불주머니 등은 수줍은 듯 바람에 흔들리며 방문객들을 맞는다.

산책로에서 만나는 작은 모래사장은 오가는 이들의 쉼터가 된다.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쉬어가거나 모래사장을 놀이터 삼아 뛰노는 아이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산책로의 끝자락인 곽지해수욕장은 드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적이 붐비지 않아 한가로이 거닐기 좋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해수욕장 인근 소나무 숲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여유를 더한다. 해가 질 때 하늘을 물들이는 붉은 빛의 석양은 산책로에서 건져낸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산책로 주변에선 아기자기한 카페나 음식점을 만날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는 한담에서 쌓는 추억이 될 듯하다.

한담 해안산책로에는 최근 '장한철 산책로'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다. 해양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표해록'을 쓴 장한철을 기리기 위해 애월읍사무소가 산책로 입구에 표지석을 세웠다.

장한철은 한담마을에서 인동장씨 입도 7세손으로 태어나 1770년 12월 25일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배를 타고 가다 풍랑을 만나 오키나와에 표착한 뒤 한양을 거쳐 귀향할 때까지의 일들을 적은 표해록을 집필한 저자다. 오늘날 표해록은 사료로서의 가치는 물론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됐다. 장한철의 이야기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줄 듯하다.

한담해안산책로를 돌아볼 땐 자동차와 자전거는 뒤로 해두자. 오로지 도보로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생활에 지친 마음에 느릿한 여유를 맛보라는 배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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