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임봉환 양초공예가

[제주愛 빠지다!]임봉환 양초공예가
녹여내며 빛을 발하는 창작의 희열 만끽
  • 입력 : 2013. 01.25(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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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 양초공예가인 임봉환씨가 제주시 삼도1동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일곱색깔의 파라핀에서 자연의 색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은 겨울 추위속에서도 뜨겁기만 하다. 강희만기자

사업실패·화재 등 악재 이겨내
지난 힘겨운 삶에 새로운 활력
해녀 등 캐릭터 작품 만들고파

양초의 존재는 어두운 곳에서 몸을 태워 빛을 발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양초처럼 스스로 태워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수공예 양초공예가 임봉환(59·제주시 삼도1동)씨.

부산이 고향인 임씨는 부인 왕인순(56)씨와 지난 2005년 제주에 들어와 둥지를 틀었다. 원래 운수업을 하던 그는 사업 실패로 여러 날을 고민했다. 사업을 접고 제주를 택한 것은 양초공예작품을 제주관광상품으로 만들고자하는 뜻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나온 힘겨웠던 삶에 새로운 활력을 준 것은 양초공예라 단언한다.

"20여년전 사업 실패로 사업 구상과 휴식차 하와이로 여행을 떠났죠. 우연한 기회에 양초공예하는 모습을 보고 '아, 바로 이거다. 배울만 하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하와이에 두달간 체류하면서 어깨 너머로 양초공예를 배우기 시작했죠. 수공예 양초를 만드는게 엄연한 예술활동이다보니 쉽게 노하우를 가르쳐 주지 않아 시간과 돈 등 공을 많이 들여 기법이나 재료 구입 등을 배울 수 있었죠."

양초공예의 베테랑에게도 제주관광과 맞물린 작품활동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한라산이나 돌하르방 등 제주만의 양초공예를 구사했지만 번번히 실패해 본연의 양초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에 더 정진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양초공예는 온도와 습도 등 날씨와 계절적 영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작품 구상과는 별개로 실전에서의 창작활동은 극히 제한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초를 만드는데 먼지 하나만 들어가도 형태가 달라질 수 있죠.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양초가 굳기 직전인 10분안에 머리속에서 구상한 형태를 작품에 녹여내야 하는데 그때그때 온도와 습도 등에 따른 변수가 생겨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초집중을 해도 작품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여지껏 '초심'을 잃을 수 없습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양초의 온도를 가늠하며 창작하는 그 희열을 만끽한다는게 이 작업의 매력입니다."

제주에 올 때 가슴에 품었던 부푼 꿈도 한순간에 산산히 깨지고 말았다. 서귀포시 모 관광지에 판매장과 작업실을 마련했지만 시작한지 qnfrhk 6개월만에 화재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양초공예를 향한 그의 집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당시 정말 착찹했죠. 하지만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남은 여생을 여기서 보내기로 작정한 만큼 작품에 매진하고 특히 제주의 것을 살려 작품에 담아내고 싶은 그 꿈을 접을 수는 없죠. 감귤향과 유채향을 담은 작품도 구상중입니다. 그리고 제주 오름의 아름다운 선과 야생화며, 나비며 모든 게 작품에 내려놓을 예정입니다. 제주를 대표하는 각양의 한라산이며 제주관광지를 배경으로 하는 사진을 비롯한 돌하르방, 해녀 등의 캐릭터를 이용한 작품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그게 가장 제주다운 것 같아요."

평생 그를 지켜보아온 부인 왕인순씨는 "양초공예는 손감각이 뛰어나야 하는데 숱한 시간을 보고 배워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며 "완성된 작품을 보고 비로소 양초에 불을 붙여 놓았을 때 숨겨졌던 오묘한 '속살'의 빛깔을 볼 때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틀에 부어 만들어내는 양초가 아닌, 손의 초감각만으로 작품을 만드는데는 장인다운 고집이 있다. 음식점 한켠에 자리잡은 33㎡(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오늘도 남을 위해 불을 밝히는 이들 부부의 바람이 제주사랑으로 그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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