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들 언제 무너질라"… 불안한 나날

"주택들 언제 무너질라"… 불안한 나날
[긴급점검 / 제주시 이도2동 신설동 '지반침하설']
1980년대 초반부터 쓰레기매립지 위에 집 건축
지반침하로 주택 기울고 건물외벽마다 균열 심각
  • 입력 : 2012. 04.25(수) 22: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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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마음병원 인근 신설동에 지어진 주택의 외벽이 균열현상을 보이는 등 붕괴 우려를 낳고 있어 주민 보호 등 행정 차원에서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인근 주택 내부의 균열된 벽의 모습. /사진=강희만기자

쓰레기매립지 위에 만들어진 제주시 신설동 주민들이 쓰레기 부패에 따른 지반침하로 집이 기울고 균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마을 주민 상당수가 저소득층과 노년층이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한마음병원 동쪽에 위치한 '신설동'(속칭 '막은내')은 허름한 소규모 주택 60여채가 빽빽이 들어선 마을이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이 곳은 1980년대 초반까지 각종 쓰레기매립지였다. 주민 강모(69)씨는 "82년까지 막은내에 수년동안 쓰레기를 매립했고 1983년부터 철거민들이 하나 둘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천 막은내를 쓰레기매립지로 사용하다 1980년대 초반쯤부터 당시 제주시 하천과 오일장 일대 철거민 등 무주택자들이 제주시로부터 토지를 불하받아 집을 짓기 시작했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25일 주민 현모(52)씨와 함께 살펴본 마을내 주택들은 여러 채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기울어졌고, 대부분의 건물 외벽 곳곳에서 균열이 확인됐다. 마을의 한 3층 건물은 제주시 재난관리과가 실시한 긴급안전점검에서 구조물의 구조적 손상이 예상되는 한계인 D등급을 받아 이 달 12일 건축물 사용제한 통지를 받은 상태다.

이같은 원인을 마을주민들은 "쓰레기매립장의 쓰레기를 파내지 않아 지반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에서 주거지로 용도를 변경하고 건축허가를 내줘 지반침하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피해주민들을 위한 이주대책과 함께 더 이상 이 곳에 건축허가를 내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마을안 6채는 안전사고 우려로 주인이 이주해 빈 집인 상태다.

하지만 제주시는 80년대 초까지 마을 부지가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됐다는 것 외에는 쓰레기매립장 면적이나 매립기간 등의 현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30년도 더 된 일이라 당시 자료와 정확한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주민들의 민원 제기에 따라 제주시는 이달 3일부터 7월 말까지 신설동 26개필지 3246㎡의 건물 및 기반토지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용역에 들어갔다. 24일 마을 5곳에 구멍을 뚫어 매립된 쓰레기 시료를 채취하는 지반보링공사가 진행됐는데,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에 따르면 연탄재·병·노끈 등의 쓰레기더미가 지반 아래 2.5~6m까지 확인됐다.

1986년 제정된 폐기물관리법은 사용이 끝난 매립지는 20년동안 공원, 초지 외에는 건축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명시했고, 지난해에는 법을 개정해 30년으로 그 기간을 강화했다. 하지만 관련법 제정 전엔 쓰레기 매립후 곧바로 집을 짓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에서 1980~90년대에 잇달아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쓰레기더미 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시 관계자는 "평판재하시험, 탄성파시험 등의 안전진단 용역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이나 재해위험지구 지정 등의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제주시 재난관리과가 실시한 긴급안전점검에서 구조물의 구조적 손상이 예상되는 한계인 D등급을 받아 이 달 12일 건축물 사용제한 통지를 받은 신설동 내 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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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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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불안나날 2012.04.26 (11:26:19)삭제
지반이 취약해서 무너지는 건물을 한가롭게 용역이나 할 건가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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