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56) 제주자치도의회 청일점 속기사 강길호씨

[토요일에 만난 사람](56) 제주자치도의회 청일점 속기사 강길호씨
"의회史 기록으로 남겨요"
  • 입력 : 2007. 08.25(토) 00:00
  • 위영석 기자 yswi@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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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치도의회 의사담당관실에 소속된 12명의 속기사중 청일점인 강길호씨는 의회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도민들에게 신속하게 알려지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이승철기자

議政 도민에 알린다는데 자부심
정확한 기록·교정 위해 최선 노력


전국에서 선출된 지역대표들이 모인 대한민국 국회에서 종종 연출되는 장면이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들의 의견에 배치되거나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이 나오면 여지없이는 등장하는 말이 '속기록에서 빼달라'는 것이다. 그만큼 국회에서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에서 속기록은 하나의 역사로 대대손손 전해질 뿐만 아니라 추후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증빙자료가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이러한 의정 사관(史官)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손의 마술사'인 강길호 속기사(29). 그는 도의회 의사담당관실 기록담당에 소속된 12명의 속기사중 청일점이기도 하다. 대학도 의외로 호텔경영학과를 나왔다. 여성들이 많고 여성들사이에서 근무해야 하는 만큼 얼굴이나 성격이 부드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씨의 모습은 훤칠한 호남형이었다.

20살 때 타자 속도가 빨라 의회나 방송국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속기사 자격을 취득한 강씨.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제주시의회에서 3년정도 근무하다 올해 2월 제주자치도의회에 공채로 들어온뒤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의정 사관으로서 강씨는 청일점 속기사로 인터뷰를 요청한 의도를 알고는 "남자도 속기사를 하느냐고 말하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도의회에서 하는 회의를 내 손으로 직접 속기하고 수정 보완을 거쳐 하나의 회의록으로 나오고 도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참 뿌듯하고 보람"이라며 나름대로 도의회 속기사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여성 속기사가 많다보니 강씨도 나름대로 불편한 점 한두가지를 털어놨다. 현재 회의실 책상이 여성들의 신체기준에 맞춰져 있어 훤칠한 강씨에게는 작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리고 집중을 요하는 일인데도 도의회 공간이 비좁다보니 별도의 공간이 없어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회의가 없을 때는 무슨 일을 하는 지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강씨는 "속기사는 속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시 교정하고 정상적인 회의록으로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정확한 기록과 교정을 위해 편집요원을 추가로 확보해 회의록이 빨리 나와 도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제주자치도의회 출범 당시 의장단 선출을 두고 온갖 말들이 오갈때 속기가 어렵겠다는 말에 의외로 '장내 소란'으로 표기한다고 간단히 답변한 강씨는 마지막으로 "제주에서도 속기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생겨 많은 남자 속기사들이 배출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박한 희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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