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볼 빨간 사춘기

어린 시절에는 엄마와 평생을 함께 살 줄 알았다. 엄마의 품 안에서 나는 나로 시작됐고 탯줄이라는 물리적 끈이 사라진 뒤에도 긴 시간 나는 엄마 쪽에서 시작된 끈을 쥐고 살고 있다. 늘 그 끈을 꼭 쥐고 있었다. 때로는 내가 …

[영화觀] 누구의 삶에도 지각은 없다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투쟁이 시작되었다. 지난 25일 이들이 서울 마포대교를 막고 느릿느릿 행진을 이어가자, 30분 발목이 묶인 이들이 30년간 갇혀 산 사람들을 향해 끔찍한 살기를 뿜어냈다. …

[영화觀] 액터 스트레인지

'루이스 웨인: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이하 루이스 웨인)는 의인화된 고양이를 그려 유명해진 천재 화가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병든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수많은 고양이 그림을 그린 남자 루이스 웨인은 전기가 찌릿…

[영화觀] 내 안의 그때

이야기는 어디에서 태어날까. 그리고 태어난 이야기는 어떻게 전해질까. 소설로, 영화로, 음악으로 표현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안에 자리잡고 있던 감정들이 쌓이고 뭉쳐져 빚어진 고유의 형상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

[영화觀] 그녀를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것

영화 [스펜서]의 도입부, 스크린에는 ‘실제 비극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자막이 뜬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한 여자의 실화이자 비극을 담고 있다. 왕비가 되…

[영화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나는 5년 전부터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두 마리의 유기묘들에게 옥희와 덕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내 공간 안에서 함께 살게 된 것은 5년 전부터이지만 아마도 나는 이 땅에 태어나면서부터 이름을 모르던 수많은 고양이…

[영화觀] 겁 없는 사랑

무언가를 좋아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늘 두렵고 간절한 일이다. 사라질까 두렵고 잊혀질까 조바심이 나는 일,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함께 끝을 맞이하기를 소망하는 일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물론 무언가…

[영화觀] 꽃이 피는 곳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은 길었다. 한 계절이 지나가는 일이 이토록 더디게 느껴지는 건 비단 반복되는 영하의 바람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전염병의 숫자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

[영화觀] 태양의 노래

양기는 태양의 기운을 뜻한다.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활발한 기운인 양기는 음양오행에 따르면 음기에 상대되는 양의 기운이기도 하다. 이 양기가 강한 사람들을 흔히들 '기가 세다'고 하기도 하고 활력이 넘치고 의지가 강해 …

[영화觀]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성향이다. 정치적 성향, 종교적 성향을 비롯 최근 혈액형을 뛰어넘어 자기소개의 첫 번째에 등장하는 MBTI테스트의 유행을 보고 있자면 '우리는 얼마나 닮은 사람인가'가 시대의 화두가 …

[영화觀] 그림자의 호위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때론 존경으로까지 이어진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꽤 많은 이들이 사랑보다 존경을 상대에 대한 감정의 확신이라고 얘기해줬다. 애…

[영화觀] 기운 센 첫사랑

지난 연말연초를 따뜻하게 데워준, 핫쵸코 같던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이 종영했다. 전교 1등과 전교 꼴찌의 다큐멘터리가 역주행하면서 다시 사랑의 한복판으로 소환된 두 주인공 최웅과 국연수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는…

[영화觀]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1월 12일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 두 편이 같은 날 한국 극장가를 찾았다. '글래디에이터', '델마와 루이스', '마션'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의 '하우스 오브 구찌'와 '쥬라기 공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이너리티 리포…

[영화觀] 안다고 말하지 마라

영화 '피아노', '여인의 초상' 등을 만들었던 여성 감독 제인 캠피온의 신작 '파워 오브 도그'가 최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극영화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제인 캠피온이 전작인 '브라이트닝 스타'…

[영화觀] 서두르지 않아도

새해가 왔다, 또 다시. 연말의 여흥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 위에 설렘과 부담감이 샌드위치 속 재료처럼 얹혀지는 연초는 여러모로 두근거리는 시기다. 의도하지 않게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는 월요병의 염증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