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누구의 인생에서나 애인 또는 친구보다 선배의 존재가 더 간절할 때가 온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는 찾을 수 없는 어떤 결핍이 요구하는 삶의 영양소가 선배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을 빨리 알수록 인생의 레이…
[한라일보] 건배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청바지'가 아닐까. '청춘은 바로 지금'의 줄임말인 '청바지'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히는 이들에게서는 포말의 생기가 아지랑이처럼 스쳐간다. 가둘 수 없어서 아름답던 시간을 우…
[한라일보] '반려'는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다. '짝이 되는 동무'라는.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이라는 말은 비단 연애 관계에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말은 혼자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
[한라일보] 대학 입시 실기 시험장에서 받은 주제는 '가장 강력한 힘'을 그리라는 것이었다. 한정된 시간이 주어진 입시장이라 깊게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날카롭게 깎아온 연필을 백지에 대고 무슨 생각이든 떠올리려 했지만 …
[한라일보] 한 사람이 있다. 긴 세월을 겪은. 외로움이 고통과 맞물렸을 때 누군가의 손길이 기적처럼 그를 구했고 자신을 구한 손이 누군가를 죽이는 일에 쓰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자신 또한 누군가를 죽…
[한라일보]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종종 제목들로 질문을 던진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 인상적인 제목들은 영화의 속내를 얼핏 짐작하게 하면서도 지칭하는 것들의 불명확…
[한라일보] 미동이 느껴진다. 우리가 어느 틈에 멀어졌다는 것을 알고 난 후다. 우리 사이의 틈이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 심장 박동만 거세게 쿵쿵 울리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의 너에게 …
[한라일보] 누군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드물게 그 한 문장만으로도 분명해지는 누군가를 만나기도 한다. 신숙옥, 그는 쉬운 절망 대신 어려운 희망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 신숙옥…
[한라일보] 20205년 연말이 되어 올해의 유행을 돌아보는 시간이 오면 그 리스트에는 분명 '지브리풍 ai 열풍'이 오르지 않을까. 전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지브리의 애니메이터들이 …
[한라일보] 어느새 마흔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몸은 부쩍 낡은 기색을 드러내는데 그럴 때마다 나이 탓을 하곤 한다. 젊음이 지나가고 있는 몸의 징표들을 눈으로 확인하며 애써 감추고 보완하려고 한다. 딱히 원망할 대상이 있…
[한라일보] 극장가에 신작이 없다는 말이 들려온 지는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국내 극장가는 OTT의 공격적 착륙까지 이어지며 그야말로 관객 가뭄의 시기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는 파죽지세의 …
[한라일보] 흐름(flow)에는 몸을 맡겨야 한다. 영화 '플로우'도 마찬가지다. 온전히 영화에 몸을 맡긴 채 그 흐름을 타야 한다. 우리는 영화 속의 의미를 찾는데 몰두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맞히는 퀴즈쇼에 골몰할 필요가 없다. 갑…
[한라일보] 삶은 누구에게나 고되기 마련이라 타인의 삶, 그 무게를 잴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누구나의 행복에도 슬픔이 곁들여져 있을 것이고 기쁨의 한 켠에 드리운 남의 그늘에 들어서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한라일보] 죽음의 문턱에 닿았던 적이 있다. 몇 해 전에 갑작스레 몸이 무척 아팠고 급기야는 중환자실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예상했다 한들 다른 도리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