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제주 척박함 뒤 '선한 얼굴'을 보다

화산섬 제주 척박함 뒤 '선한 얼굴'을 보다
도민속자연사박물관 특별전 '지구의 뜨거운 숨결, 화산'
소장 유물·사진·영상에 특수효과 등 활용 화산 체험 기회
자연재해 이면 자원 공급 등 양면성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
  • 입력 : 2021. 05.17(월) 17:3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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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활동이 빚은 제주 오름.사진=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제주도를 수식하는 말 중의 하나가 화산섬이다. 화산섬은 이 땅의 거친 삶을 낳은 '원인'처럼 여겨진다. 제주목사를 지낸 이형상은 18세기 제주를 기록한 '남환박물'에서 "토질은 척박하고 백성은 가난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화산은 청정한 자원을 공급하고 오름, 용암동굴 등 이색 경관을 만들었다. 제주 사람들은 화산섬 환경을 헤치며 도구를 개발하고 땅을 일궈 왔다.

제주를 대표하는 공립박물관인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제주 섬의 정체성이 담긴 화산을 주제로 2021년 첫 특별전을 마련했다. 이달 18일 막이 오르는 '지구의 뜨거운 숨결, 화산'전이다.

이 전시는 화산폭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과 화산 활동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1930년 제작된 첫 제주도 지질도 등 박물관 소장 유물은 물론 사진, 영상, 삽화를 배치해 인문학과 자연과학 관점에서 화산의 이모저모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이끈다. 모션 그래픽을 활용한 영상, 끓어오르는 용암과 같은 특수효과를 입힌 바닥 연출 등으로 화산 속을 탐험하는 간접 체험도 할 수 있다.

파종 후 흙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농기구 남테.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소장 1930년 제작 제주도 지질도.

밭농사가 주를 이루는 제주는 조금만 땅을 파면 화산 자갈이 나오는 메마른 환경으로 인해 한반도 내륙과는 다른 농기구가 발달했다. 폭이 좁은 날을 지닌 골(아래아)갱이(호미), 자갈이 많은 밭을 갈 때 쓰는 잠대(쟁기), 파종 후 좁씨가 잘 묻히도록 흙을 다져주는 남테 등이 그 예다.

물이 잘 스며드는 다공질 화산암이 분포한 제주는 지하수가 풍부하다. 강수량의 40.6%가 땅 속으로 들어가 천연 미네랄 지하수가 되는데 이 역시 '화산의 선한 얼굴' 덕분이다. 화산송이와 미세한 화산재는 화장·미용용품의 원료로 재탄생되고 있다.

노정래 관장은 "화산은 인적, 물적 피해를 주는 자연재해로 알고 있지만,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주고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보석과 지열 에너지를 활용하게 하는 유용 자원의 공급원이기도 하다"면서 "이 기획전을 통해 화산의 양면성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9월 26일까지. 박물관 누리집이나 리플릿 QR코드를 이용한 VR(가상현실) 관람 서비스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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