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서울에서의 도시생활을 접고 2021년 제주에 정착한 왕준호 대표. 왕준호 대표 제공
[한라일보] 동심과 호기심, 배움의 열정은 나이와 무관하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제주에서 놀이와 생태, 인문학을 통해 서로 교감하며 지내는 이주민 왕준호(57) 대표의 삶, 그 자체다.
놀이연구소 꼬까놀이 대표이자, (주)노리장이앤꼬까나무 공동대표인 그는 2021년 3월 지인의 권유로 제주살이를 시작했고 점차 매료돼 정착을 결심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6살부터 이어졌던 오랜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행을 택했다.
"당시 서귀포시 남원에 정착해 1년만 제주에서 살기로 결심했었죠. 그런데 시간을 두고 바라본 제주는 제가 관심을 갖는 분야인 생태, 놀이, 인문학 등이 풍부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정말 매력적인 요소가 너무 많은 곳임을 깨달았죠."

어린이를 대상으로 숲속에서 생태교육 중인 왕준호 대표. 왕준호 대표 제공
그는 남원에서 느꼈던 제주 자연에 매료되며 2021년 10월 제주 정착을 결정했고 이제는 '제주예찬론자'가 됐다. "제주에서 태어나지 못한 게 한"이라고 말할 정도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과 끊임없이 어깨를 도닥이는 밤바다의 파도소리…. 힘겨웠던 도시생활을 위로받기에 충분했다고 회고했다.
때문에 낯선 제주어와 음식, 문화 차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숲해설가이자 유아숲지도사, 숲길·등산지도사 등 산림청의 국가자격증 3개를 모두 딸 정도로 자연 분야에 진심인 그였다. 제주 정착 초반, 사려니숲길 유아숲놀이터에서 곧바로 근무할 수 있었던 것도 경제적 안정감을 주며 제주 정착에 분명 도움이 됐다. 그는 "제주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고들 하는데 찾아보면 지천"이라고 말한다.
"주중에는 제주에서 유치원, 어린이집, 초중고교, 대학교, 경로당 등 어린이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생태, 놀이, 인문학 교육활동을 하고 있죠. 그리고 주말과 휴일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넉둥베기(윷놀이), 할망놀이, 안경놀이 등 제주놀이를 주제로 강의를 하죠. 내년 2월까지 스케줄이 꽉 찬 상태예요. 정말 하루하루를 바쁘게, 그리고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제주목 관아 관덕정 앞에서 제주 역사에 대해 교육 중인 왕준호 대표. 왕준호 대표 제공
그의 배움에 대한 호기심도 대단하다. 유네스코 소멸위기언어인 제주어는 물론 신화, 역사·문화, 음식, 물 등 제주와 관련된 것은 모두 배움이 대상이고, 강의 주제다. 된장냉국, 호박잎국을 좋아하고 쉰다리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그다. 여기에 한국산악회 등반가이드, 제주그림책연구회, 제주어린이도서연구회, 제주강사네(강사 모임)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제주 정착에는 현재 노리장이앤꼬까나무 공동대표인 김남희(48·여) 대표의 역할도 한몫했다. 제주 정착 14년 차인 김 대표는 제주 자연, 생태, 인문학 등 왕 대표와의 '공통분모'가 유효해 정착 시점인 2021년 10월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전래·공동체·세계놀이(이주배경 다문화가구 대상) ▷유치원부터 대학생 대상 숲생태프로그램 ▷어르신(도내 15개 경로당) 대상 '뉴 스포츠 즐기자 터링' 등 크게 3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숲생태전래놀이지도사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놀이·숲생태분야 14명, 뉴 스포츠 터링 8명, 전래놀이 9명 등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마라도를 제외하고 도서지역 등 제주 전역에서 활발하게 생애주기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시 칠성대에 대해 설명 중인 왕준호 대표. 왕준호 대표 제공
제주에서 빠르게 뿌리는 내린 그는 "진정한 제주 사람이 되고 싶다. 타지인이 제주 속에서, 제주문화속에서 타지역 문화와 융합한 새로운 문화의 나무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쉼 없는 제주사랑의 결실을 맺는 성목이 되겠다는 포부다. 잘 노는 사람인 '노리장이'와 꽃과 나무를 그대로 읽은 '꼬까나무'의 의미를 제대로 제주에서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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