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제주시 구좌읍 평대초등학교에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과 고길철 평대초 교장이 새 학기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라일보] "얘들아, 어서 와!"
1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평대초 교문 앞은 아이들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알록달록 새 책가방을 멘 학생들이 교문을 들어서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과 고길철 교장이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낯선 교정에 발을 들인 '농어촌 유학생'들도 부모의 손을 꼭 잡은 채 수줍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올해 2학기부터 시범 추진하는 농어촌유학 사업에 참여한 8개 초등학교 가운데 하나인 평대초에서 이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서울 등지에서 온 6가구 12명의 유학생이 합류하면서, 평대초 학생 수는 61명에서 73명으로 늘었다. 유학생 가족 중 유치원생 1명은 평대초 병설유치원에 전입했다.

농어촌유학생들이 자신을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개학식을 마친 뒤 교실에서는 따뜻한 환영 시간이 이어졌다. 기존 학생들이 교실 분위기와 학급 규칙을 새 친구들에게 직접 설명했고, 유학생들은 차례로 자신을 소개하며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친구들은 박수를 치며 맞이했고, 교실 안은 금세 설렘과 함께 웃음으로 가득찼다.
1학년 교실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평대초가 올해부터 글로벌역량학교로 지정·운영되면서,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영어수업이 이뤄졌다. 아이들은 처음 배우는 표현도 주저하지 않고 큰 목소리로 따라 했으며, 선생님의 질문에도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1학년 반에서 진행중인 영어수업 모습.
경기도에서 전학 온 5학년 강세현 학생은 "제주에 오면서 주말 등 여가시간에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대된다"면서 "전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많아서 여러가지 체험활동을 많이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어떤 체험활동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학 온 3학년 오세은 학생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친구들이랑 재미있는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오세은 학생의 어머니 홍지명 씨는 "아이가 여름학기부터 수업을 들어 조금은 적응했지만, 이렇게 정식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니 기대가 크다"며 "서울에서는 1400명이 넘는 큰 학교에 다녔는데, 이번에는 고학년이 되기 전 여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길 바라는 마음에 유학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역량 수업과 스포츠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시범사업인 만큼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한 빠른 피드백이 필요하다. 아이가 원한다면 기간을 연장하고 제주 정착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어촌유학은 소규모 학교의 교육 여건을 살리고,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배움터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제주는 올해 가족이 함께 이주하는 '가족체류형' 모델을 도입했으며, 가구당 월 30만원(자녀 1인당 10만원 추가)의 유학경비를 지원한다. 서울에서 온 가정에는 서울시교육청이 동일 조건으로 추가 지원한다.
이번 2학기에는 시범 운영기간으로 도교육청은 2026학년도에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유학은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운영되며, 연장도 가능하다.
지난 6∼8월 제주 농어촌유학 모집에는 7개 시·도에서 92가구 136명이 신청했다. 최종 31가구 49명이 8개 초등학교에 배정됐다.
학교별 전학생 수는 제주시 귀덕초 4가구 6명, 송당초 3가구 5명, 하도초 2가구 4명, 서귀포시 성읍초 6가구 8명, 신례초, 2가구 2명, 창천초 4가구 5명, 흥산초 4가구 7명이다.
김광수 교육감은 "농어촌유학은 단순한 학생 유입이 아니라, 제주와 서울 아이들이 함께 배우며 문화교류를 하는 미래 교육 모델"이라며 "작은 학교 살리기와 저출산 대응, 도민 인구 유출 완화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범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면서 거주지와 학군 문제 등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내년 본격 시행 때는 대책을 확실히 마련해 단기 효과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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