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신성한 숲' 사려니… 자연이 건네는 위로

[휴플러스] '신성한 숲' 사려니… 자연이 건네는 위로
30일~6월 3일까지 에코힐링 체험 프로그램
  • 입력 : 2025. 05.30(금) 03:00  수정 : 2025. 05. 30(금) 14:37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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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숲길. 한라일보DB

거동 불편해도 함께 누리는 '무장애나눔길'
‘물찻오름’ 한시적 개방… 사전 예약 필수

[한라일보] 시끄럽게 울려대는 모닝콜, 꽉 막히는 출근길, 회색빛 사무실과 탁한 공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현대인의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다. 천혜의 자연을 지닌 제주지만, 막상 빽빽한 일상은 자연이 들어갈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자연의 녹색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회색 일상에서 벗어나 녹색을 만끽하는 것은 어찌해도 채워지지 않던 에너지를 북돋아준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 발걸음이 가벼운 지금, 자연(ecology) 속에서 치유(healing)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사려니숲 에코힐링(eco-healing) 체험'이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사려니숲길 무장애나눔길. 한라일보DB

행사가 열리는 사려니숲길의 '사려니'는 '신성한 숲' 또는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려니숲에는 삼나무를 비롯해 졸참나무·서어나무·때죽나무·편백나무가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다. 제주족제비를 비롯해 고라니·팔색조 등 동물들의 보금자리기도 하다. 울창한 나무들이 탐방객을 감싸고 숲의 주인인 동물들을 조우할 때 사려니가 왜 사려니인지 느낄 수 있다.

사려니숲길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에게 큰 울림을 준다. 숲길에서 가장 긴 코스는 편도 17㎞에 달한다. 누군가에게는 힘든 여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숲은 우리에게 완주를 강요하지 않는다.

숲길에는 출발지로 통하는 작은 샛길들이 여기저기 나있다. 정해진 길로 가다가 지치면 샛길로 빠져 우리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면 그만이다. 즉흥적인 길에서 낯선 식물들과 새들을 조우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인생의 정도(正道)에 사로잡혀 그것을 벗어나기 두려워하는 우리다. 사려니숲길은 코스 완주자에게는 성취감을, 샛길 이용자에게는 '정해진 길은 없다'는 위로를 준다.

행사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물찻오름 정상의 전망대. 한라일보DB

자연이 주는 치유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어선 안된다. 사려니숲길의 '무장애나눔길'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과 유아들에게도 숲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붉은오름 입구(남조로99번도로) 일대의 무장애나눔길엔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다. 숲이 우리에게 "무리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듯이 중간중간 삼림욕을 위한 벤치들이 설치 돼있다. 같이 준비된 휠체어·유모차 자리에서 사려니숲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오름 마니아'에게 더욱 의미가 있다. 자연휴식제로 탐방이 제한된 '물찻오름'이 행사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개방되기 때문이다. 물찻오름은 분화구인 산정호수에 항상 물이 차 있는 것이 특징으로,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주변의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물찻오름 탐방은 선착순 사전 예약으로 이뤄지며 각 회차당 30명이 전문 해설가와 동행하게 된다. 확인해 본 결과 29일 기준으로 아직 예약이 가능했다. (예약문의 750-2291·2540·2543)

'신성한 숲'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걷는 이에게도, 거동이 불편한 이에게도, 아니면 그저 치유를 원하는 이에게도 안성맞춤인 행사가 될 예정이다. 이번 기회에 현대인들이 지친 일상의 호흡을 토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 가길 기원한다.

사려니숲길 탐방 안내도. 사려니숲길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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