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인간은 만물의 척도'란 자만심 벗어나야

[책세상] '인간은 만물의 척도'란 자만심 벗어나야
스티븐 샤비로의 '사물들의 우주'
  • 입력 : 2022. 01.2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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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피조물의 민주주의 속
얽히고설킨 우리 자신 봐야

그는 수 버크라는 작가가 쓴 소설 '세미오시스'(2018)와 '인터퍼런스'(2019) 속 이야기를 꺼냈다. 두 소설은 식물이 가장 고도로 감각적인 형태의 생명체로 판명된 머나먼 행성을 인간이 식민지로 삼으려는 시나리오를 상상했다. 인간 식민지 개척자들은 그 행성의 지적인 식물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지배는 불가능하지만 협상은 잘 통할 수 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스티븐 샤비로는 '사물들의 우주'에서 이 같은 과학소설을 예시하며 인간을 우주의 중심이자 통치자로 보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1861~1947)가 거의 한 세기 전에 제기했던 질문을 '사변적 실재론'과 '신유물론'을 통해 새롭게 바라본 책이다.

지은이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사물들의 우주'는 기후위기를 단도직입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환경을 오랫동안 파괴해온 힘 중 하나를 언급하고 있다. 인간 존재가 의미와 가치의 중심에 홀로 서있다는 가정이다. 그는 "인간이 그 힘과 성취에 있어서 유일무이하고 전체로서의 우주에서 특별히 중요하다는 믿음은, 우리가 그것의 풍요로움에 의지하며 그 위에서 살아가야 하는 지구를 심각하게 착취하고 고의로 파괴하는 행위를 부채질해왔다"고 했다. 사회경제적, 정치적 요인들이 훨씬 더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을 테지만 적어도 인간중심주의적 사고가 달콤해보이는 문화적 환경과 알리바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일찍이 우리 자신을 동료 피조물들의 민주주의 속에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세계의 일부로 여기면서 더는 그것을 지배하지 않을 때,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 저자는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자만심을 벗어던져 버릴 필요가 있다"며 세계와 그 속에서 완전히 얽히고설킨 우리의 위치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새로운 사고의 모험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성 옮김. 갈무리.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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