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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장이지 시인 신작 시집
아무 일 없던 그날처럼 다시 온다면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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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등 소박하고 사소한 장면에 일렁이는 빛을 발견한 시들로 신작 시집을 낸 장이지 시인.사진=아시아출판사 제공

‘해저의 교실에서 소년은…’
사월과 오월, 세월호 아이들

부재의 현실 속 존재의 축제

사월에 죽은 여자와 남자가 그 배에 탔다. 오월의 하늘에 묻힌 사람들, 안산에서 온 아이, 토벌대에게 죽은 산인(山人)도 갑판에 오른다. 그들을 태우고 바다로 떠가는 풍경이 펼쳐지는 시 '방주'를 따라가다 그만 목이 멨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성판악의 수림을 배경으로 물빛 셀카를 찍는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장이지(본명 장인수) 시인이 몸부림치는 바다 위를 떠도는 그 이야기를 시집 '해저의 교실에서 소년은 흰 달을 본다'에 그려냈다. 한국 시의 정수를 소개하는 'K-포엣' 시리즈로 엮인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계의 아스라한 바깥을 꿈꾸면서도 '존재의 축제'를 노래한다. 축제의 형상은 부재하는 아픔,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고통과 대비되며 드러난다.

'초하(初夏)'의 한 구절처럼, 세계는 슬픈 빛으로 반짝인다. "아버지는 이탄(泥炭)을 캐고 나는 그것을 주워 담는"('스코틀랜드') 노동의 나날, "내 옆구리의 붉은 피 번져오는"('옆구리의 노래') 오월 광주, "바위 속 뱀과 지네의 길을 더듬어" 살아야 했던 사월 제주의 사람들이 있다. 사월과 오월에 더해 여수, 순천의 사연까지 밀려드는 '방주'에서는 세월호의 아이들이 별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

맨 앞에 실린 '대낮'은 이 시집에 담긴 서정을 함축하고 있는 시 같다. 폭력과 차별, 혐오, 광기가 낳은 죽음을 목격하고, 수시로 마주해야 하는 이 땅의 존재들에게 절실한 건 그저 어느 날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루라는 점이다. "앞마을에도 뒷마을에도 사람이 살고 있구나./ 이렇게 남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냐./ 거의 하늘의 것인 대낮에 울지 않고 서서/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를 보아도 좋다."

신작 시편들 뒤에 덧붙여진 '시인노트'에 썼듯 시인은 "다른 방식으로 역사와 직면하기", "고유 명사에 집착하지 않기"를 시도하며 시의 언어로 "실재"에 가닿으려 했다. 다크 투어리즘이 각성한 자들을 양산하지 못하고 그것이 지목한 역사적 장소는 점점 관광지가 되고 있을 뿐이라는 시인은 "지명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의 표정이나 동작에 더 주의를 쏟아야 한다"고 적었다. 아시아.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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