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기각' 조국은 방어권, 검찰은 수사 명분 챙겼다

'구속영장 기각' 조국은 방어권, 검찰은 수사 명분 챙겼다
'감찰무마' 의혹 수사, 윗선 겨냥…조 전 장관은 불구속 기소 가능성
  • 입력 : 2019. 12.27(금) 08:32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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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27일 기각하면서도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 전 장관을 굳이 구속할 필요는 없지만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해 감찰 무마 의혹의 윗선 및 공모 관계를 파헤치려는 검찰 수사에는 일정한 제약이 발생한 반면 후속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도 생긴 양상이다.

 조 전 장관은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실리를, 검찰은 지난 8월 이후 4개월여간 진행돼 온 수사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 받는 명분을 각각 챙긴 셈이다.

 특히 조 전 장관을 겨냥한 여러 갈래의 수사 중 검찰이 '구속영장 승부수'를 던진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는 판단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가족비리 의혹과 하명수사 의혹 등 다른 두 가지 사건의 수사도 중단 없이 이어갈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감찰 무마' 의혹 수사는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가 개시된 지 2개월 뒤인 지난 10월30일 본격화했다. 당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대보건설 본사 등 4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이후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하는 등 2개월간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조 전 장관은 '정무적 판단'을 들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된 데 대한 형사적 책임을 부정해왔다. 법원은 이 사건의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봤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이날 새벽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가 소명될뿐 아니라 죄질이 나쁘다는 판단까지 내비친 것이다.

 다만 권 부장판사는 "유재수가 사표를 제출하는 조치가 이뤄졌고, 조 전 장관이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구속할 정도로 범죄의중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이미 수사가 많이 진행돼 있으므로 조 전 장관이 증거인멸을 할 것으로 인정되지도 않는다고 권 부장판사는 덧붙였다.

 일단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점에서 향후 수사에는 일정한 제약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구속 상태로 수사하면서 감찰 중단 결정에 영향을 준 윗선이나 공범이 있는지를 따져볼 예정이었지만 다소의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제약이 있더라도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이 직권남용 범죄라는 점이 소명된다는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후속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을 끌어내기 위해 탄탄하게 증거와 법리를 다지는 데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법원의 뜻을수긍하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는 불구속기소 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로서는 법원의 이번 판단이 감찰무마 의혹 수사뿐 아니라 가족비리 의혹과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숱한 정치적 논란을 낳은 '조국 수사'가 정치권 일각의 주장처럼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려고 무리하게 추진한 수사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 법원 판단으로 인정된 셈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의 출발점이었던 서울중앙지검의 '가족 비리' 의혹수사는 올해 안에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의 비위 첩보를 경찰에 넘겨주고 수사를 하게 함으로써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사건역시 당시 민정수석으로 재직했던 조 전 장관과 관련을 맺는다.

 다만 이 사건은 아직 초반 단계인 데다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의 부당한 개입이 없었는지 등으로 수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조 전 장관의 관련성을 따지는 수사에 이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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