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인간 운명 공동체...제주 누볐던 타케 삶이 증거"

"식물과 인간 운명 공동체...제주 누볐던 타케 삶이 증거"
천주교제주교구·제주역사문화진흥원 주최 에밀 타케 신부 심포지엄
"제주서 문화 적응과 포용의 선교… 특정 종교 넘어 기념 사업 필요"
"타케 신부의 식물 채집과 감귤 식재 생태계 바라보는 시선 일깨워"
  • 입력 : 2019. 12.07(토) 23:2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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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동광성당에서 '에밀 타케 신부의 업적과 가치전승' 주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진선희기자

제주에서 13년 동안 머물며 식물을 채집하고 감귤나무를 심었던 프랑스 출신 에밀 타케(1873~1952) 신부는 식물과 인간이 운명 공동체임을 실천적 삶으로 드러낸 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7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 동광성당에서 열린 '에밀 타케 신부의 업적과 가치전승' 주제 심포지엄 자리에서다.

천주교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사단법인 제주역사문화진흥원(원장 강만생)이 공동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역사학자 박찬식 박사는 "타케 신부는 제주도 사목활동을 통해 신축교안 직후 민·교간 갈등을 원만하게 처리했으며 본당을 하논에서 홍로로 이전함으로써 본격적인 제주도 산남지역 선교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홍로본당 이전은 공간의 이동에 그치지 않고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선교에서 문화 적응과 포용의 선교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김찬수 사단법인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관음사 부근 해발 600m 지점에서 처음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한 타케 신부의 업적과 사마귀풀, 한라부추, 애기장구채, 돌가시나무 등 타케 신부가 채집한 표본임을 알려주는 학명(taquetii)이 들어간 식물을 안내하며 종교와 이념을 떠나 제주의 가치를 빛낸 다케 신부에 대한 기념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태종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 실장은 타케 신부의 삶이 그리스도의 생태 영성에 비추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폈다. 황태종 신부는 "타케 신부가 일본에 있던 포리 신부에게 받아 제주에 전해준 감귤나무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나무가 더불어 살아가며 인간이 나무를 변화시키고 또한 나무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관계 속에 있음을 깨닫는 생태적 영성을 확인하고 체험하게 된다"며 "타케 신부는 한라산에서 채집 활동을 하면서 식물이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끼는 감수성을 지녔던 것"이라고 했다.

황 신부는 특히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작품이다. 타케 신부의 식물 표본 작업은 생태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생태 영성에 대한 학문적 숙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케 신부와 같은 실제적 삶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문창우 주교가 '제주와 함께 걸었던 선교사'란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두물머리복음화연구소 황종열 박사는 "타케 신부는 있는 그대로의 식물을 만나면서 제주는 제주인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걸 깨닫지 않았을까"라며 "타케 신부의 그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강시영 전 한라일보 선임기자는 "교계를 넘어 제주도민이 공감하는 기념사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2020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학술총서 발간과 식물 표본 자료 DB화, 에밀 타케 메모리얼 룸 조성, 왕벚꽃축제나 감귤축제 전후 '에밀 타케 주간' 지정 등을 예시했다.

주제 발표와 토론에 앞서 제주교구 부교구장인 문창우 주교는 '제주와 함께 걸었던 선교사' 기조강연을 펼쳤다. 문창우 주교는 "타케 신부의 선교 사목은 홍로면 홍로, 섬이면 섬, 한라산이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선교사로서 그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본질의 살았던 것"이라며 "타케 신부는 선교사로서 평정과 인내 속에, 또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아름답고 소중한 식물들을 관찰하고 채집하며 '치유의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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