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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흔들리는 섬, 굿판의 영성 회복의 힘
한진오의 ‘모든 것의 처음, 신화’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12.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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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정신문화 파괴
신화적 사유의 가치 탐색


그의 글이 쓰여진 발단은 1991년 어느 가을날이 아닐까 싶다. 그해 대학생이던 그는 '열사의 죽음'과 마주했다. '우리의 살과 뼈를 갉아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한다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 이를 애도하는 민주시민장에서 그는 풍장을 쳤다.

제주도굿 연구자로 제주 신화를 중심에 두고 문학, 연극, 음악, 미디어아트 등 경계가 없는 예술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진오. 그가 내놓은 '모든 것의 처음, 신화'는 제주가 '제2의 하와이로 변신하는 시대의 복판'에서 제주 사람이면 누구나 지녔던 굿판의 영성을 잊지 말자는 목소리로 모아진다.

그는 '내부 식민지' 제주의 역사를 살피며 제주도 굿 이야기를 시작한다. 20세기를 여는 민중봉기였던 신축년 제주항쟁의 이재수가 장두가 된 뒤 대정읍 신평리 본향당을 찾아 당신에게 기도한 일, 4·3 당시 무장대 사령관 이덕구에 얽힌 아기장수 설화 등을 꺼내며 사상과 이념을 떠나 제주 사람들의 심성에 깊이 배인 '주술적 세계관'과 '신화적 사유'에 주목했다. 제주굿에 자주 등장하는 요왕다리, 시왕다리, 할망다리는 섬과 섬, 섬과 대륙을 이어주는 신들의 다리로 대륙문화의 남방한계선이자 해양문화의 북방한계선인 제주의 무궁무진한 문화지리학적 가치를 보여준다고 했다. 제주 여신 설문대와 자청비를 통해선 양분된 젠더를 넘어 공존의 신성을 읽자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의 굿은 미개한 야만으로 여겨졌다. 국가폭력과 난개발은 굿판을 야만이라며 밀어냈고 제주 정신문화와 자연환경도 파괴되어 갔다. 생명창조력과 영원불멸의 시원성이 깃든 존재로 섬김을 받았던 제주 곳곳 돌도 다르지 않았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로 산산이 부서진 구럼비를 보라. 아픈 역사를 몸에 새겨온 돌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신산리의 홀어멍돌, 수산1리 부부바위의 앞날도 예측하기 어렵다.

먼저 가신 이가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제주의 삶의 터전은 지금 어떤가. 이대로 가면 제주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그는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새길 때라고 했다. "섬 안팎의 모든 생명과 공생했던 주술적 심성을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멸망의 시간을 태초의 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 한그루. 2만8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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