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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 탐방] (5)한라산과 마주한 마을 상천리
풍파 겪으며 명맥 유지한 38세대… 곳곳엔 변화 바람
유재선 기자 sun@ihalla.com
입력 : 2019. 08.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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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년 전 일군 화전이 마을의 시작
4·3 와중 소개령으로 뿔뿔이 흩어져
난개발 차단 속 발전·상생방안 고심
마을 상징 로고 제작 등 홍보에 적극



산록도로로 들어서니 한라산을 향해 달려가는 기분이다. 풍경화의 배경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산이 어느새 내 앞에 훌쩍 다가와 있다. 상천리 표지석에서 우회전을 했다. 드문드문 보이던 자동차조차 보이지 않는다. 연일 꽉꽉 막힌 도로를 기다시피 달리는 게 일상이 된 탓에 이렇게 한가한 도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중앙선을 타고 느릿느릿 달려도 눈치 볼 일 없는 도로였다. 문득 "이런 곳에 마을이 있긴 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며 길은 제대로 찾아온건 지 불안한 마음이 스며들 즈음 마을이 힐끗힐끗 보인다.

38세대의 작은 산간 마을

상천리는 350m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로 안덕면에서 가장 북쪽에 있다. 한때는 백록리라고도 불렸다. 한라산의 백록이 모록밧 근처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곤 했다는 데서 연유했다는 설이다. 이후 창고천의 위쪽 혹은 창천리의 위에 위치한다고 해 상천리가 됐다.

마을의 역사는 130여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해안지역의 마을들이 큰 태풍과 가뭄으로 먹고살기 어렵게 되자 산간으로 올라와 화전을 일구며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오리튼물, 비지남물, 문덕궤, 쳇망어음, 큰빗데기 등에 터를 잡고 농사와 목축업을 주업으로 삼고 생활했다. 한때는 번창해 70여세대가 넘었다고 한다.

방주교회

비오토피아의 본태박물관

하지만 4·3의 와중이던 1948년 11월 산간마을에 소개령이 내려지고 마을들이 전부 불태워졌다. 이곳에 더 이상 살 수 없는 사람들은 고향을 등지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1954년 모록밧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어 마을을 재건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전의 자연마을들은 재건되지 못했다. 아직도 오리튼물에 가면 올레와 집터 등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잡초가 무성한 마을입구의 잃어버린 마을 표석이 쓸쓸한 그날을 기억하게 한다.

마을을 재건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마을사람들은 아이들을 위한 배움터를 만들고자 했다. 박득환 마을이장을 중심으로 한 마을사람들의 노력으로 1962년 창천초등학교 상천분교장 설립 허가가 났다. 김신석, 최경동, 김행부씨가 학교 부지를 기증해 터는 잡았으나 교실은 없었다. 한동안 노천에서 수업이 이뤄졌다. 이후 한미협조로 교실 한 동이 신축되며 산간마을 아이들의 배움터가 됐다. 그러나 점차 학생 수가 감소해 만 30년 만인 1992년 창천초등학교로 통합되며 문을 닫았다. 폐교 이후 이곳은 목공교실로 이용되는 등 마을의 주요배움터 역할을 이어갔다. 현재는 마을회에서 이어받아 체험교실을 위한 준비 중이다.

제주의 전형적인 아담한 마을집들

30년동안 마을 배움터였던 상천분교터.

현재 마을은 85세대에 165명이 거주한다. 하지만 이는 주변의 고급 공동주택에 이주한 사람들까지 합쳐진 인원으로 본래 마을에는 38세대가 산다. 동네 사람들끼리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돈독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마을의 결속력은 고향을 떠나서도 계속된다. 청년회에 가입해 꾸준히 활동하고 마을 행사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봉사를 한다. 비록 단출하지만 풍성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이처럼 상주인구는 많지 않지만 마을면적은 넓다. 그중 임야가 약 7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밭과 목장이다. 한라산 둘레길로 유명한 돌오름과 신령스런 산이라는 뜻의 영아리오름 등이 상천리에 속한다. 이처럼 좋은 자연환경으로 인해 대자본들이 자꾸 탐을 낸다. 마보기오름 남쪽의 핀크스 골프장은 일찌감치 터를 잡았다. 이후 호텔과 고급 타운하우스, 미술관, 방주교회 등이 줄줄이 들어섰다. 관광객 차량들이 마을길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유도 이 같은 유명 관광지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개발의 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에 상천리 주민들의 고민은 깊다. 난개발은 막아야 하지만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은 강구해야 한다. 그러기에 상천리로 이주한 사람들과 입주 기업들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안부를 묻고 조금씩 나누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다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최근 마을집행부는 분주하다. 한 단계 도약하는 마을을 위해 열심히 교육도 받고 프로그램도 개발하는 중이다. 마을을 상징하는 로고가 완성되면 마을 입구마다 간판을 만들어 달 예정이다. 상천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알리고 싶다고 한다. 또한 마을 창고를 개조해 강당으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 마을 분들 모두가 이곳에서 교육도 받고 다양한 체험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후 상천분교 옛터에 마을 쉼터 및 체험장을 만들어 마을기업으로 활성화시키고 싶은 꿈이 있다. 주변의 화려한 관광지들에 비해 마을주민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이 작고 순수한 마을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마음속 힘찬 응원을 보낸다. <여행작가>

['인터뷰] 박종진 이장 “주변기업과 상생 속 발전 도모”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마을 이장을 맡고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상천리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마을 표지석도 산록도로 입구에만 세워져 있다. 마을 로고가 만들어지면 간판을 만들어 상천리로 들어오는 도로마다 세워놓을 예정이다.

과거에는 목축도 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농사를 짓는다. 지대가 높아 밭작물의 종류는 많지 않다. 감자와 메밀 콩 그리고 감귤과 블루베리 등이 있다. 감자 수확을 하면 주변 입주 기업들에 나눠주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했는데 이걸 계기로 소통하게 됐다. 마을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마련할 때도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마을 축제인 어울림한마당에도 함께 참여해 음식도 나누고 안부도 묻는다.

마을 공동목장이 있는데 한라산 인근이라 개발이 안 된다. 마을 수익사업을 위해 활용하고 싶지만 어떤 시설도 들어설 수 없어 힘들다. 그래서 벚꽃을 심어 숲을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 산책로를 만들고 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대신 마을입구의 옛 상천분교터는 마을회가 임대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건물을 리모델링해 체험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마을회관 옆 창고를 개조해 시범운영을 할 것이다. 산간마을이다 보니 마을에 문화시설이 없다. 이런 공간들이 만들어지면 마을 쉼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앞 공터에 스크린을 걸어 영화상영회도 하는데 작은 마을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산간마을의 특성상 물이 중요하다. 현재는 수도가 다 보급됐지만 과거에는 물이 귀했다. 그래서 마을의 농업용수는 우리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식수로도 활용될 만큼 물이 좋다. 처음 마을이 생성될 때도 물을 의지해 들어섰다. 오리튼 마을도 인근에 150평 쯤 되는 큰 연못이 있었다. 아쉽게도 4·3때 전소돼 지금은 마을 흔적만 남아있다.

가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큰 불편은 없다. 조금씩 노력하며 하나씩 나아질 것이란 기대로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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