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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어느 한여름 밤 하찮은 생각
송창우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17. 08.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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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예기치 않게 두 달 가까이 천막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다. 그 사연이야 여기서 모두 밝힐 수야 없겠지만 천막생활 전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던 남의 외진 과수원 관리사를 수리해서 10개월 넘게 생활하던 터여서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예전 과수원 관리사는 한겨울에 잠을 자다보면 이불이 축축해 눈을 뜨고 보면 서리가 눈처럼 하얗게 깔리는 곳에서도 생활했는데, 어느 곳에 가면 어쩌랴 하는 생각에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밭에서 농기구를 보관하는 창고로 근거지를 옮겼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어서 처음엔 적응하기가 어려웠으나 며칠이 지나자 지낼만했다. 그래도 농업용수는 공급돼 농부가 밭일로 땀과 한숨으로 범벅이 된 몸을 농업용수로 씻는 것이 사회적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자기를 합리화하며 한바탕 뿌리고 나면 여유도 생긴다.

새벽 여명을 접할 수 있고, 저녁에는 붉은 놀이 어떻게 끝나며 푸른 기운과 함께 어둠이 어떤 색깔로 찾아오는지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방이 트인 한밤의 밭은 우리가 도심생활에서의 상상과는 달리 그리 캄캄하지는 않다. 손전등으로 자갈과 잡초로 우거진 길과 밭을 구분할 수 있기에 생활하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다. 밤하늘엔 어릴 때 평상에 누워 보았던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바다에는 갈치와 한치 잡이 배의 집어등이 아물거리며, 윙윙대는 모기와 온갖 벌레소리, 이러한 광경을 보는 나의 가슴이 뛰는 소리까지도 들린다.

어둠 속 그리 멀지 않은 개 사육농장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는 불협화음이지만 참을 수 있다. 허나 가끔씩 천막 앞에 멈춰선 차량 불빛은 당황스럽게 한다. 버려진 개들이 들개로 변해 떼를 지어 다니거나 홀로 다니는 개들을 무수히 봐 온 터이기에 개와 연관시켜 의심하는 나쁜 습관이 생겨나고 있으니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들개 무리에서 낙오한 채 외톨이가 되거나 홀로 다니다가 피부병으로 털은 모두 빠지고 피골이 상접해 갈비뼈가 몇 개인지 셀 수 있을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개가 가끔씩 우리가 생활하는 밭으로 찾아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를 좋아해서 대통령처럼 과감하게 이를 받아들여 키울 수 있는 입장도 되지 않고 보면 난감하다. 어쩔 수 없이 유기동물센터에 연락해 이를 처리해주도록 부탁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벌써 두 번째다. 내가 개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거나 사랑으로 충만해서가 아니라 내가 신고한 이 개들은 입양희망자가 없으면 20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킨다는데 신고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거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비싼 품종이거나 말을 잘 듣는 귀엽고 보기 좋은 개라면 어쩌면 다행히 입양하겠다고 나서는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밭에 찾아든 병들고 볼품없는 개들은 말하지 않아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귀찮거나 하찮고 늙고 병들었다는 등의 어쩔 수 없다는 온갖 이유를 들어 버리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도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눈을 깜빡거리며 숨을 쉬는 생명체다. 말은 할 수 없지만 그들 입장에서 보면 나를 포함한 인간에 대한 실망이 참 클 것이다. 개에 대한 애정이 그리 없는데도 이런 말을 늘어놓는 것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더운 한여름 밤에 지친 농부가 이런 쓸데없는 잡념에 쉽게 잠을 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렇다. <송창우 약초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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