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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4·3 치유를 위한 첫걸음을 다시 생각하며
고찬미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17. 06.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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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70주년을 맞는 4·3의 못다 푼 과거사 문제가 올해부터는 순풍에 돛 단 듯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4·3 추념식 참석뿐 아니라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상처 치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우리는 이제 실현되길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 첫 행보로 현 정권은 발 빠르게 4·3 보상 문제를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해결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는 정부의 지원 하에 4·3은 앞으로 제주사회만의 소외된 문제에서 벗어나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페이지로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질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 아픈 역사가 제대로 된 애도를 통해 회복과 치유로 나아가리라는 기대도 한껏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고무적 분위기가 자칫 과열되어 제주도 전체가 마치 4·3 전문가나 해결사 역할을 바로 해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히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든다. 왜냐하면 필자가 한때 그 부담감으로 인해 오히려 4·3을 알기 두려워하고 멀리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후 재경향우회에서 선배들이 비장하게 건네 준 4·3 관련 학술서들 무게는 제주의 아픈 역사를 알고자 했던 한 어린 학생의 호기심을 단번에 억누를 정도로 너무 묵직했었다. 전문지식 없이 다가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사건으로만 보였기 때문에 이후 더 관심을 두지 못한 채 부끄럽게도 4·3을 잘 모르는 제주 젊은이로 지내 온 것이다.

사실 4·3 사건 피해 규모가 민간 차원에서 매우 컸기 때문에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당연히 관련 얘기를 쉽게 접했을 거라 추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도 모른 채 학살당한 피해자들과 관련자들 대부분은 이에 대해 단 한마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렸기에, 정작 도민들 사이에서 이 비극은 '말할 수 없는 사건'으로만 전해져 왔을 뿐이다. 자세한 전말을 모른 채 끔찍한 사건이라고만 짐작하는 후속세대는 진상규명을 통해 그 진실을 파악하고 이전세대의 억울함이 그와 함께 풀리길 당연히 바랐다. 그런데도 그 진실을 알리기 위한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광복 이후와 한국전쟁을 거쳐 꽤 오래 진행됐던 4·3은 연표만 보더라도 너무나 복잡한 사건들로 얽혀 있는데다 좌·우 이념 대결 같은 민감한 정치적 논쟁까지 더해져 왔다. 그래서 현대사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 없다면 감히 4·3의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는 선입견에 빠져 버렸다. 여전히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우리는 이 사건이 종국에는 좌익세력의 무장봉기인지 여부를 뚜렷이 가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모두가 학자처럼 역사의 디테일을 단 하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명령을 스스로에게 내려 온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 제주 4·3 평화상을 수상한 한국학자 브루스 커밍스가 지적했듯이, 비록 공산당의 무장봉기로 시작된 4·3이지만 그 과정에서 좌·우 진영 논리가 뭔지도 모르는 3만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희생된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 억울함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애도를 시작할 수 있다. 이 복잡한 과거사를 단번에 이해하고 그 고통과 슬픔을 완전히 공감해야 한다는 조급증에서는 자유로워져도 괜찮다. 최근 4코스까지 개통된 4·3길이라도 천천히 걷고 상처의 현장을 둘러볼 때 공감하게 되는 고통은, 이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새겨지고 또한 앞으로의 새 역사도 그리게 만들 것이다. 과거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대여정은 오히려 힘을 빼고 첫 발을 내딛을 때 가능한 게 아닐까. <고찬미 한국학중앙연구원 전문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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