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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
[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3)현택훈 시인
지역에서 시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퍼포먼스
현택훈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17. 06.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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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전문서점 시옷서점을 운영하는 현택훈 시인. 사진=현택훈 시인 제공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 묻다]
원고료만으론 버티기 어려워
만우절에 시집 서점 연 이유

마음편한 집필 공간 원해서
마라도 창작실 중단 아쉬워

○…그는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자다. 4·3당시 잃어버린 마을을 소재로 '곤을동'이란 시를 써 제1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김양희 감독이 만든 영화 '시인의 사랑'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다. 시인을 만났던 감독은 그에게 "약한 소년이 들어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현택훈 시인 이야기다. 지용신인문학상, 4·3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시집 '남방큰돌고래'를 내는 등 차근차근 이력을 쌓아온 40대 초반의 시인이지만 그 역시 시를 쓰며 생계를 이어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그가 돈을 벌 생각으로 지인의 건물 한켠을 빌려 '시집 상점'이라는 '시옷서점'을 낸 건 아니다.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곳, 창작에 몰두할 곳이 필요했다. 너나없이 코를 박은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이즈음에 누가 시를 쓰고, 읽겠냐고 묻겠지만 그렇지 않다. 제주에도 시 합평회를 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은 시가 담길 맞춤한 공간을 찾는다.

창작공간 지원에서 문학은 종종 예외가 된다. 제주문예재단만 해도 시각·공연 예술 분야 예술가를 대상으로 창작공간 지원 특화사업을 공모하고 있다.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시인 박철의 시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는 어느 무능한 시인의 일상을 담고 있다. 시인은 아내의 심부름을 받고 영진설비에 간다. 가는 동안 비가 와서 슈퍼 앞에서 병맥주를 마시고, 자스민 한 그루를 사느라 심부름이라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 시인은 감성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이러한 감성적 생활은 현실에서 무능이다. 굶기 알맞은 직업이다.

사실 시인을 직업이라 말하기 어렵다. 직업이라면 최소한 생활비가 가능한 급여가 있어야 하는데, 원고료로 살 수 있는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손가락 꼽는다. 그 수많은 시인들은 생계유지 일을 해야 한다. 요리사, 보일러공, 주차관리원 등의 일을 하며 시를 쓰는 시인들도 있다.

나는 지금껏 시를 써왔지만, 원고료만으로 버텼다면 요절했을 것이다. 그동안 공장 노동자, 학원 강사,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 기간제 교사, 1인출판사, 영상업체 구성작가 등의 일을 하며 살아왔다. 시를 쓰기 위해 일을 했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에 독립서점을 열었다. 시집 전문 '시옷서점'이다. 서점을 열었다는 말에 만우절 거짓말로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시집 3권이 팔리면 시집 1권을 살 수 있다. 진열된 시집이 다 팔리면 손익분기점이 넘는다. 이제 두 달 정도 지났는데 후회보다는 즐겁다.

나는 이런 서점 운영이 퍼포먼스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인이 시를 써서 시집을 내면, 그 시집이 팔려야 시인이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시집 가게를 문 열었다. 여기 시인들의 시집이 있으니 사라고 시집 상점을 연 이유는 지역 시인으로 살아가는 무명시인의 행위예술로 봐주면 좋겠다.

서점에는 손님이 하루에 한 명 올까말까다. 서점이 있던 자리가 원래 풀밭이어서 거미나 곤충들이 많이 들어온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에는 그 벌레들마저 반갑다. 한번은 금빛 풍뎅이 한 마리가 들어왔기에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그랬더니 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메시지가 왔다. "도대체 장사를 하려고 하는 게 맞나?"

서점을 연 까닭 중 하나는 작업실이 필요해서다. 소설가 김도연은 도서관에 출퇴근하듯 다니면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회사원처럼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늦은 오후까지 소설을 쓰고 퇴근을 했다는 것. 글을 쓰는 사람들이 무슨 작업실이 필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지만, 시인이나 소설가에게는 집필실이 필요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마라도에 창작스튜디오라는 레지던스 사업이 있었는데, 지금은 중단이 된 상태라 안타깝다. 시인은 수첩 하나와 펜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문학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으면 좋겠다. 도서관이나 찻집에 가서 글을 쓰면 되긴 하지만, 마음 편히 가서 시를 쓰다가 커피도 마시고 또 한숨 잘 수도 있는 그런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이제 곧 제주문학관이 건립될 예정인데 제주문학관이 제주도의 시인이나 소설가들에게 좋은 창작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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