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입법·재정권 등 제주특별법 완전한 분권 개정 제주산 농수산물 해상운송 물류비 국가 일부 부담 제2공항 건설 절차적 투명성 전제 조기개항 약속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주 지역의 중대 현안들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한 차례 제주를 방문해 핵심 제주 공약을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제주 공약은 크게 ▷제주의 아픔 치유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 완성 ▷동북아시아 환경수도 육성 ▷제주 1차산업 경쟁력 강화 ▷국가 지원을 통한 제주로의 원활한 이동 등 5가지로 꾸려졌다. 이 가운데는 강정주민 구상금 청구 소송 문제를 비롯해 제주4·3 등 핵심 현안을 풀어낼 구상 등이 포함돼 있다.
▶제주의 아픔 치유= 문 대통령은 제주의 아픔을 치유할 대상으로 제주4·3과 강정주민을 꼽았다. 이러한 아픔을 치유하는 데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4·3을 치유하기 위해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완전히 이뤄질 수 있게 필요한 입법 조치를 추진하겠다"면서 "언제든지 4·3희생자와 유족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4·3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은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라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문 후보는 4·3유적 보전과 희생자 유해 발굴 및 유전자 감식 지원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문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아픔에 대해서도 책임있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해군이 주민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시키고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이미 형사 처벌 받았거나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주민에 대해선 '사면'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 완성=문 대통령은 제주의 행정체제를 도민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법적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제주 특색에 맞는 풀뿌리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가 확대되고, 자기결정권이 있어야 한다"면서 "시장 직선제,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에 자치 조직권 특례 규정을 두겠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국가 사무는 넘어왔는데 사무를 처리할 예산이 없고, 주민 참여 통로가 없다면 반쪽 분권, 반쪽 자치이다"며 "제주도가 자치입법·재정권을 갖고 자치분권 시범도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제주특별법을 개정하고, 국세의 지방세 이양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속적인 성장은 도민이 주인이 될 때 가능하고 난개발에는 미래가 없다"면서 제주를 지속성장과 생태국가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환경자원의 총량 보전과 자연·인간의 공존 원칙이 확립된 곳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내걸었다.
▶동북아시아 환경수도 육성=국립공원 대상 지역 확대는 문 대통령이 내세운 환경 분야의 핵심 공약이다. 지금은 제주 지역에서 한라산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한라산에 오름, 습지, 곶자왈, 해양 등 반드시 보전해야할 환경자산을 추가시켜 이른바 '제주 국립공원'의 지정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문 대통령은 강조했다.
또 그는 송전철탑, 송전선로가 우수한 자연경관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들 시설 가운데 우선적으로 지중화할 대상을 선정한 뒤 단계적으로 국비를 지원해 지중화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하논 분화구 복원 추진, 2030년 내 전기차로 100% 전환 등도 주요 환경 분야 공약으로 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제주] 해군기지 고개 숙이고 너븐숭이선 눈물 훔쳐
"첫 단추 잘못 채워" 발언 이후 말 바꾸기 논란도 만장굴 500만번째 입장… 제주서 '지슬' 직접 관람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와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해군기지 추진, 제주4·3 등 제주의 굵직한 현안 속에서 문 대통령을 발견할 수 있다.
▶특별한 인연=문재인 대통령은 제주를 방문할 때면 심심치 않게 제주에서 쌓은 특별한 추억을 떠올리곤 했다.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제주를 찾았던 문 대통령은 "제주에 올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긴다"면서 "오래 전 가족들과 함께 만장굴에 온 적 있는데 500만명(번)째 입장객이 돼 기념품을 받았다"고 말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제주를 방문했을 때도 이같은 일화를 다시 소개하며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제주 4·3을 다룬 독립영화 '지슬'을 제주에서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어떻게 제주에 오게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함께 봐주시면 하는 마음에서 찾아왔다"고 답했다.
▶제주해군기지=2007년 5월 참여정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대상지로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선정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고 있었다.
이후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문 대통령을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2007년 4월 26일 강정주민 1500여명 가운데 단 87명만 참석한 총회에서 '박수'로 제주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되며 절차상 큰 흠결을 드러냈지만 정부는 강정마을을 기지 부지로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장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 뒤 제주해군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신분으로 지난 2011년 제주를 찾았을 당시 문 대통령은 "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 공동체가 파탄 나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도민여론이 크게 분열돼 참으로 안타깝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참여정부 때 결정되고 첫 단추가 잘못 채워져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데 대해 책임을 느끼고 도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설득했어야 하는데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일관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면서 "지금이라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기지 필요성과 입지 타당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12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시절에는 제주지역 유세에서 "제주해군기지는 당초 목적대로 민군복합형 기항이어야 하는데 (지금 진행되는 공사는) 이를 위반하고 있다"며 공사 중단과 원점 재검토를 다시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 이후 문 대통령은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지만 해군기지가 완공된 후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는 큰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제주4·3=문 대통령은 제주4·3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3년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부차원에선 처음으로 제주4·3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4·3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또 한번 국가 차원의 사과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2012년 11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북촌리 너븐숭이 4·3위령성지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 4·3특별법을 만들고 노무현 정부가 처음으로 국가차원에서 4·3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이 같은 책임감이 실종됐다"면서 "제주4·3에 대해 국가가 사과하고 억울함을 듣고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화합과 통합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너븐숭이 4·3기념관에 전시된 강요배 화백의 '젖먹이' 작품 앞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대표 시절 원희룡 제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선 "4·3문제 해결 만큼은 초당적으로 해보자"고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으며, 이후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