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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
[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1)강상훈 극단세이레극장 대표
생산만 말고 재활용… 무대은행, 지자체가 나서주라
강상훈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17. 05.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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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콜라소녀'에 출연한 극단세이레극장의 강상훈 대표(맨 오른쪽).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 묻다]
엄청난 제작비 쏟은 무대 등 안버리고 나눠 쓸 방법 없나

재활용으로 줄어든 비용은 배우 출연료로 돌아갔으면

○…오늘부터 격주로 '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을 싣는다. '문화예술섬 제주'를 향한 지역 예술인, 창작자와 소비자를 잇는 공간 운영자와 기획자, 향유자인 제주도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다. 여기서 밥은 쌀이나 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예술적 토양까지 포함하고 있다.

연극인 강상훈씨가 첫 순서로 글을 썼다. 마흔해 가까운 연극 경력을 지닌 그는 생계 수단이 될 예술강사를 일찌감치 그만뒀다. 현장을 떠났더니 창작에 소홀해지더라고 했다.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편히 드나들 수 있는 동네극장 운영을 꿈꾸는 그는 무대은행을 제언했다. 공연 세트와 소품은 쓰레기가 아니라 제주 연극을 키울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그다.

무심히 버려지는 공연 용품의 처지가 눈길 주는 이 없는 지역 연극의 현실과 닮은 건 아닐까. 제주 연극은 다른 공연예술 분야에 비해 배우, 스태프 등 무대에서 뛰는 인력이 적고 발표 횟수도 드물다. 관객들은 점점 지역 연극을 외면하고 있다. 악순환이다. 공연에 쓰인 물품을 재활용하고 바꿔쓰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줄이고 그걸 출연료로 더해주자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연극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 서너 사람이 누우면 더 이상 옴짝달싹 못하는 단칸방에서 단원들이 모여 대본을 읽던 시절, 우리에겐 무서울 것이 없었다. 열정이 있었기에, 불평도 없었고 배고픔도 견딜 수 있었다. 비록 하루 서너 명 정도의 관객이었지만 행복했다. 관객이 없는 날은 없는 날대로 내일이면 찾아오리라 믿으며 열정하나로 버텼다.

그후 삼십 칠년이 흘렀다. 삼십년이면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다는데, 제주연극 환경은 세 번이나 바뀔 만큼 달라지지 않았다. 배고픔은 면할 정도지만 아직도 열악하다. 우리도 그동안 소극장을 다섯 번이나 옮겨 다녀야했고, 그 때 함께 하던 단원들도 단지 몇 명만 남았을 뿐,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했다. 분명 빵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우리네 삶을 기름지게 하는 것이 있다. 이걸 우린 다양한 문화예술에서 찾으려고 한다. 좀 더 삶을 여유롭고 윤기가 나게 하는 자양분, 문화예술의 힘이다.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고자하는 계획도 이런 연유이기도 할 것이다. 문화예술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 이런 제안을 하나 드리고자 한다. 생산만 하지 말자는 얘기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다시 새롭게 쓰자는 얘기다. 쓰레기로 골머리 앓고 있는 현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 믿고 드리는 말씀이다. 제발 뚱딴지같은 이야기라며 허투루 듣지 말아주길….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우린 무대, 소품들을 만들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고 사기도 하는데 사실 그런 제작비가 엄청나다. 단지 한 편의 공연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건, 그렇게 고생하면서 만든 것도 공연이 막을 내리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라. 아무 쓸모가 없지 않다. 누군가 다시 쓰면 된다.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생동감 있게 펄떡인다.

그걸 알기에 오랫동안 꿈꾼 일 중 하나가 나만 쓸 게 아니라 같이 쓰게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무대창고, 무대은행이다. 사용했던 무대, 소품들을 무대은행에 보관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다시 활용해서 쓰면 제작비도 줄고, 이 줄어든 예산은 출연료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형편이 어려운 연극인들에게는 무대보관 창고가 필수라는 걸 알지만 언감생심 엄두를 못 낸다. 작은 단체에서 못할 일이라면 지자체나 협회 차원에서 이 무대은행을 꾸려주면 어떨까. 자원을 아끼는 차원에서나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특히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서는 더욱 요긴한 무대은행이 될 것이라 믿는다.

몇 백 년이나 오래된 극장을 자랑스러워하는 나라. 그곳을 교육장으로 쓰고 가르치는 전통을 가꾸고 키우는 나라. 배우들을 존경하며 극장이 살아 숨 쉬는 생활이 된 나라.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강상훈·극단세이레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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