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31)대나무 속내를 들여다보다!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31)대나무 속내를 들여다보다!
  • 입력 : 2012. 12.28(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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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은 '12월은'이라는 시를 읊었다. "12월은 우리 모두/ 사랑을 시작하는 계절입니다/ 잠시 잊고 있던/ 서로의 존재를 새롭게 확인하며/ 고마운 일 챙겨보고/ 잘못한 일 용서 청하는 가족 이웃 친지들/ …… / 겸손하고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며/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벗으로 가족으로 다가가는/ 사랑의 계절입니다"

벌써 나무의 '나이테'와 대나무의 '마디'가 품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한 해의 끝자락이다. 나이테는 한 해동안의 풍파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블랙박스(black box)다. 뿌리가 깊은 나무도 엄동설한에는 어제와 내일의 나이테의 모양과 색깔 등을 음미·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대나무가 곧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마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생장하면서 폭풍과 한파에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마디를 만들면서 내일을 준비했을 것이다.

이 대나무는 비움의 매력을 알고 잘 실천한다. 대나무 마디와 마디 사이는 텅빈 것 같지만 수많은 기체로 채워져 있다. 텅빈 공간 속에 에너지가 살아 숨쉬고 있고, 이 에너지는 인간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텅 빈 데에 오묘함이 있다"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일 것이다. 텅 비우지 않고는 새 것을 수용할 수도 없고, 자신을 지탱해주는 생명의 샘물을 고이게 할 수도 없다.

굵은 대나무를 두 세 자씩 잘라서 마당 가운데 지펴 놓은 화톳불에 넣으면 마디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운 공기가 열로 팽창되어 '펑' 하고 소리를 내며 폭발한다. 여러 개의 토막이 한꺼번에 폭발하면 '펑펑' 소리가 귀를 울린다. 선조들은 이 대나무의 폭죽으로 악귀를 쫓고 축제의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 식물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시에도 유일하게 생존했을 정도로 생명력이 끈질기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밝혀져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수종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소동파는 "고기가 없는 식사는 할 수 있지만 대나무 없는 생활은 할 수 없다.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수척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저속해진다"고 했다.

대나무 잎을 우려낸 차는 불포화지방산과 칼륨, 마그네슘, 칼슘, 단백질 등 다양한 성분을 함유한 건강차다. 보통 잎을 우려낸 차는 쓴 맛이 맴돌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고 향긋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혀를 즐겁게 한다. 특히 이 차는 암 예방과 치료 효과에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산성화된 몸을 알칼리성으로 체질 개선을 도와주고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고로쇠보다 대나무 수액이 건강 지킴이로 더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으며, 대나무 수액은 옛날부터 민간요법으로 기미, 주근깨, 검버섯의 치료에 사용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 속의 각종 노폐물을 씻어내는데 효과가 있어 5~6월경에 채취·음용했다.

대나무 숯은 냄새 제거에 탁월하며, 일반 숯보다 규산, 칼슘 등 미네랄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으로 고기를 굽게 되면 고기의 잡내를 없애주며 고기의 맛을 살려준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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