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탑동 해변공연장 철거 구상 논란에 예산 문제까지

제주 탑동 해변공연장 철거 구상 논란에 예산 문제까지
제주도·제주개발공사 '탑동 도시재생혁신지구 계획안'
국토부 공모 신청 앞두고 12일 제주웰컴센터서 공청회
청중석 반응 냉랭 "미사여구 도시재생으로 뭐가 변했나"
"개관 30여 년 해변공연장 진단 후 보수해 활용 고민해야
2500억 사업인데 국비 250억… 규모 축소 지역 자산 활용을"
  • 입력 : 2026. 08.12(수) 19:11  수정 : 2026. 08. 12(수) 20:27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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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탑동 도시재생혁신지구 계획안' 공청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지난 11일 저녁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 2026 제주국제관악제 여름 시즌에 처음 기획한 '아시아 관악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며 대만 펑치아대학교 심포닉밴드가 금빛 선율을 뿜어냈다. 그 사이 방사탑 형상의 해변공연장 지붕엔 LED 영상으로 꽃잎이 흩날렸다.

관악제의 주요 무대로 세계 정상급 연주자 등 국내외 음악인들이 거쳐간 해변공연장. 1995년 개관 이래 무대와 객석을 개선하는 등 변화를 꾀하며 제주를 대표하는 야외 공연 시설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해변공연장을 허물자는 구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개발공사가 사업 시행자로 참여한 '제주시 탑동 도시재생혁신지구(국가시범지구) 계획(안)'이다.

계획안의 대상지는 해변공연장과 공영 주차장이 들어선 제주시 삼도2동 1262번지 일원(대지 면적 1만3578㎡). '저이용 도시계획시설 부지(도유지)'를 활용한 도시재생·혁신 거점을 조성하는 안이 중심을 이룬다.

지난 11일 저녁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열린 제주국제관악제 '아시아 관악페스티벌'에서 대만 펑치아대학교 심포닉밴드가 연주를 펼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해변공연장을 부순 뒤 그 주변에 '제주혁신 캠퍼스' '제주혁신 스퀘어'를 건립하자는 것으로 기존 해변공연장의 방사탑 형태를 모티브로 야외 공연장을 신축하는 안도 넣었다.

이에 대해 공연계 일각은 반발하고 있다.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을 지낸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 이사는 최근 본보에 기고한 '제주해변공연장은 명품 야외 공연장이다'(8월 6일자 14면) 제하의 글에서 "재건축으로 인해 역사적 정체성과 단일 건축물로서의 예술적 기능성 훼손을 우려"한다며 "여기에 30여 년 전 야외 공연장 신축 예산 24억 원의 현재 가치와 당시 이를 추진했던 인물들의 노력과 함께 제주의 문화 예술 거점으로서 해변공연장의 공로와 확장성도 헤아려보자"고 제언했다. 도내 공연장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야외 공연장이 지금의 해변공연장 기능을 할 수 있겠나"라며 "그동안 문화계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해변공연장 남측에 있는 공연장 모형과 안내판. 진선희기자

이런 가운데 제주도는 12일 오후 제주웰컴센터에서 국토교통부의 최종 국가시범지구 지정을 위한 공모 신청을 앞둔 절차 중 하나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용역진은 제주신항과 원도심 상생 방안으로 탑동 지구 계획안을 설명했고 분야별 전문가 토론자들도 대체로 취지에 공감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반면 청중석의 분위기는 달랐다.

탑동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2015년 제주 최초로 도시재생 지구로 지정됐다며 요란했다. 그러나 무엇이 재생되었을까 생각하면 퀘스천마크만 보인다. 도시재생, 도시혁신 같은 미사여구를 늘어놓지만 지금도 무근성은 가장 후진 지역으로 남아 있다"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해변공연장 개관 당시 기념 초대전에 참여했다는 한 작가는 "얼마나 크게 짓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혁신해야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해변공연장을 지은 지 30년이 지났지만 진단 후 일부 보수해 쓸 수 있는 안도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사업비가 총 2500억 원이라고 하는데 최소한 국비 1300억 원 정도는 마련하고 이런 자리를 가져야 하지 않나. 국비로 최대 250억 원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는 2~3년 사이에 건물 올라갈 때 이자 비용도 안 될 것이다. 과거 아름다운 원형의 먹돌이 있는 탑동을 매립하면서 사람들이 떠났는데 이제 또다시 이런 계획안이 나오는 게 씁쓸하다"고 했다.

양건 건축가는 "역사성, 장소성에 대한 고려 없이 어떻게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쓰여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은 뒤 "250억을 갖고 2500억짜리 공사를 할 수 없다. 규모를 줄이고 지역 자산을 활용하는 등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주현 제주도 15분도시추진단장은 공청회 말미에 "이번으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공모 이후에도 더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최대한 계획안에 녹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부족한 사항을 보완해서 도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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