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뒤에는 한국 영화 모태 펀드가 있다

[김정호의 문화광장]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뒤에는 한국 영화 모태 펀드가 있다
  • 입력 : 2026. 04.21(화) 02:00
  • 김정호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에는 벤처 캐피털의 제작비 투자가 있고, 이러한 투자를 이끄는 것이 어머니 격인 모태펀드이다. 정부 각 부처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서 출자하는 재원은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에 귀속되고, 여기에서 다시 민간 벤처투자사의 주도하에 민간 자본과 자펀드를 결성한 투자가 개별 영화에 투자된다.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크레딧에는 미시간벤처 캐피탈, 넥스트지인베스트먼트, 쏠레어파트너스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콘텐츠 벤처 캐피털(VC)을 통해서 왕사남에 조달된 제작비는 51억원 정도로, 전체 제작비 11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정부예산이 투입된 결과다. 정부에서 영화 정책을 주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모태 펀드에서 왕사남 제작비의 23.6%를 투자해 1600여만 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 제작비의 15배가 넘는 매출을 거뒀기에 정책금융과 민간 자본이 이뤄낸 대표적 성과로 상당히 고무돼 있다.

OTT로 쏠림과 극장 외면으로 침체한 한국 영화 산업 생태계의 회복을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655억원을 편성했다. 순제작비 2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작품의 제작을 지원하는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 부문에 460억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서 34편의 제작을 지원한다. 순제작비 100~150억원 구간의 작품에 대해서도 2편을 지원한다. 독립 예술영화 제작 지원에는 121억9000만원이 투입된다. 이러한 마중물은 그간 침체돼 왔던 민간 자본이 들어오는 유인책이 될 것이며, 한국 영화산업을 유지·발전시키고 고용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때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는 안정적인 채권 같은 투자라서, 여의도 금융권에서도 주목하던 부문이었으나, 코로나와 OTT 시대를 겪으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2010년부터 2026년까지 모태펀드 영화 계정 출자액은 4000억원가량이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25편 중 19편에 총 880억원의 모태펀드 자금이 투입됐다. '범죄와의 전쟁'에는 23억원의 모태펀드가 투입돼 16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거대예산 영화가 아닌, 중예산 규모의 왕사남에 대한 투자가 1000만 관객으로 이어진 성공사례는 앞으로의 투자에서 그저 그런 영화에 투자하며 안정성만 추구하지 말고, 리스크를 감내하는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앞으로 좋은 영화를 보게 된다면, 크레딧에서 어떤 벤처 캐피털이 투자했는지를 살펴보면서 그들의 작품을 보는 안목을 평가해 보길 바란다. 결국은 투자를 결정짓는 벤처 캐피털 운용 인력의 안목이 투자의 수익률을 결정하고, 한국 영화의 다양성 추구를 통한 위험 리스크 분산과 제2의 왕사남 같은 영화들이 등장할 수 있는 혁신의 토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9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