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촌망의 본디 이름은 'ᄆᆞ르ᄆᆞ르'
[한라일보] 예촌망은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바닷가에 있다. 표고 67.5m, 자체높이 63m 정도다. 서쪽으로는 효돈천, 동쪽으로는 신례천이 흐른다. 그러나 지질학적으로 이 두 하천과 직접 연관은 없어 보인다. 하례로에서 제주올레길5코스를 거쳐 하신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이 길에서 한라산 쪽을 바라보면 걸세오름, 영천오름, 신효의 닥라미(월라산), 그리고 멀리 각수바위오름, 고근산이 보이고 바다 방향으로 제지기오름과 섶섬도 보인다. 지꾸섬(지귀도)도 떠 있듯이 아스라이 보인다.
정상은 과수원으로 조성된 지 이미 오래돼 감귤나무가 무성하다. 한 모퉁이 주변에 제주도 재래 감귤인 당유자나무가 서 있는데 높이가 4~5m, 나무 굵기 30~40㎝로 수령이 50년은 충분해 보인다. 열매는 직경 10~15㎝ 정도로 큼직하다. 오름의 정상이란 항상 바람이 세서 농사가 안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오름은 정상부가 다소 불룩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탄하다. 주위에 조성된 삼나무 가로수의 영향도 크겠지만 이런 완만하게 평탄한 오름의 지형이 강한 바람 피해를 줄여주는 요인이 될 것 같다.
이 오름은 ᄃᆞ라미나 걸세오름에서 보면 비록 낮긴 하지만 동서로 두 개의 봉우리로 돼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에서는 표고 67.5m의 동쪽 봉우리를 큰망, 표고 54m의 서쪽 봉우리를 족은망이라 부른다. 이 오름에 봉수가 있었다고 하는데 동쪽으로 자배봉수, 서쪽으로 삼매봉 봉수와 교신했었다. 이 오름은 망오름이라고도 한다. 망오름이라는 오름 지명은 언제부터 불렸으며 그 뜻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뚜렷한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오늘에 와서 지역에서 실제 그렇게 부르고, 일부 저자에 의해서 이곳에 봉수가 있었기 때문에 망오름이라 불린다고 기록됐다.

예촌망. 바닷가에 있으며 멀리 섶섬과 제지기오름이 보인다. 사진 김찬수
지명은 고유어로 출발하는 것
이 오름 지명은 17세기 말경 탐라도라는 지도에 호촌망(狐村望)으로 나오고, 1709년 탐라지도와 177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삼읍도총지도등에 호촌봉(狐村烽), 1899년 제주군읍지에 예촌봉(禮村峰), 1965년 제주도라는 책에는 예촌망(禮村望) 등으로 표기됐다.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의 오름지도'에 예촌망(예촌봉)으로 표기됐다.
이 오름의 지명 기원은 추적해 본 이가 없는 것 같다. 오름이 됐건 마을이 됐건 지명은 고유어로 출발했을 것이다. 고대인들이 처음부터 문자 생활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문제에 대해 확실히 제시할 수 있는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 해도 제주도 선주민이 처음부터 한자를 사용했다고는 볼 수 없다.
역사 기록은 호촌망(狐村望), 호촌봉(狐村烽), 예촌봉(禮村峰), 호촌봉(狐村峰), 예촌망(禮村望)으로 흘러왔음을 알 수 있다. 이 흐름에서 처음 나타난 이 '망(望)'이라는 말이 봉수가 있었기 때문 즉, 망을 봤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보게 된다.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굿산망, 느지리오름, 물메오름, 고내오름, 원당오름, 당산오름, 자배봉(오름), 토산 혹은 토산오름 등을 망오름이라 부르는데 모두 그 오름에 봉수가 설치됐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설명은 '봉수 즉 망' 혹은 '연대 즉 망'이라고 한다는 점을 당연하게 전제해 설명한 것이다.
제주도 내에는 봉수 25개, 연대 38개가 설치됐었다. 이를 합치면 63개소가 된다. 이 시설들을 '망'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므로 위의 봉수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망'이라 했다는 건 근거가 없다. 이들 오름을 제외한 나머지 봉수나 연대가 설치됐던 오름은 왜 '망'이라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왼쪽에 보이는 위가 평평한 오름이 예촌망. 걸세오름에서 촬영. 사진 김찬수
예촌망에 봉수가 두 곳?
ᄆᆞ르, 마루 등이 축약되면 'ㄹ'이 생략되면서 'ᄆᆞ', '마'로도 나타난다. 제주 지명에 이 'ᄆᆞ', '마'를 '망(望)'으로 차자한 예를 여럿 볼 수 있다. 다음의 예는 이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구좌읍 송당리 망동산은 마소를 망보았다는 데서 붙은 이름, 우도의 쇠머리오름의 정상부는 우도 및 일대의 망을 보았다는 데서, 조천읍 선흘리 망오름은 마소를 망봤다거나 꿩사냥 따위를 할 때 올라 망을 보았다는 데서, 한라산 만세동산은 망오름이라고도 부르는데 소나 말을 망보았다는 데서, 오등동 들리오름은 천망악(天望岳), 망오름, 망체오름 등으로 불리는데 체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소지명에서도 이런 예는 많다. 대정읍 동일리 홍수동의 망동산, 구억리 망동산, 마라리 망동산, 남원읍 한남리 망동산, 성산읍 신천리 망동산, 안덕면 서광 서리와 구억리 지경 망동산, 표선면 하천리 망동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하나 같이 외적, 사냥, 가축을 망봤다거나 체를 닮아서 '망'을 붙였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모두 억지 주장이다. 예촌망에 있어서만도 동쪽 봉우리를 큰망, 서쪽 봉우리를 족은망이라고 하는 것은 봉수가 각각 있었다기보다 '동ᄆᆞ르', '서ᄆᆞ르'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이같이 예촌망의 '망'은 'ᄆᆞ르'에서 온 말이다. 즉, 이 오름이 'ᄆᆞ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망장포, 망장개, 망젱잇개, 망쟁잇개라는 지명에서 추가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역에서는 그냥 '망젱이'라고도 한다. 이 말은 물찻이나 말찻의 찻(ᄌᆞ의 격음), 법정악의 '법ᄌᆞ이'('법젱이'라고 발음), 망체오름의 '체'(ᄌᆞ의 격음)에서도 보인다. 그 외에도 위가 평평한 지형은 대체로 'ᄆᆞ르'라고 했다. 이 'ᄆᆞ르'는 주로 '지(旨)'로 차자했다. 1576년 신증유합에는 '旨(지)'를 'ᄆᆞᄅᆞ지'라고 했다. 지미오름, 문도지오름, 모지오름, 저지오름 등에서 보이는 '지'란 모두 'ᄆᆞᄅᆞ'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망젱이라는 지명은 'ᄆᆞ르ᄆᆞ르'를 표기한 것이고, 이것은 예촌망의 한자표기 이전 지명임을 추정하게 한다. '예촌'의 지명 해독은 다음으로 미룬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