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목요담론] 야생성, 도시 정원을 살리는 길이다

[김완병의 목요담론] 야생성, 도시 정원을 살리는 길이다
  • 입력 : 2025. 12.11(목)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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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먼나무가 멋을 부리며, 빨간 열매로 개똥지빠귀를 유혹한다. 시민들의 눈도 초롱초롱하다. 도심지의 녹색 정원은 숲과 공원을 연결해 시민들이 휴식과 치유의 기능을 누리도록 하는 배려다. 무엇보다도 건물과 도로 사이에 놓여있는 점 단위의 공간을 생태적 선으로 연결해 생태 산맥을 형성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건물 공간과 주차장의 녹지, 마을숲, 오름 특히 하천과 도시공원이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동안 생태계로부터 자연적, 문화적, 경제적 서비스를 받아왔기에 이제는 자연의 눈으로 지쳐있는 자연을 살펴보며, 자연을 치유하는 안목을 가질 때라 본다. 흙을 숨겨버리고, 바람과 빛의 세기를 방해하고, 물의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를 줄여야 한다. 동박새와 직박구리가 둥지를 잃고 울부짖는 모습에 발길을 멈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기후 위기로 북극 빙하가 녹는 것을 불안해하면서, 정작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은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아이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만큼이나, 시민들이 생태적 감수성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숲과 물이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서 동식물의 생태자원은 물론 제주의 자연과 문화의 깊이도 함께 느껴야 한다. 도시의 하천과 녹지공간은 생물다양성 증진, 야생 동식물의 피난처, 먹이 공급원, 수자원으로 최적지다. 최근 도심지의 공원숲이 안정화되면서 큰부리까마귀가 번식하고, 큰오색딱다구리가 도심지 공원까지 내려오고, 여름철새인 꾀꼬리와 긴꼬리딱새의 노랫소리에 시민들의 귀가 쫑긋해지고, 왜가리와 같은 백로류들이 도심 하천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로드킬과 투명창 조류 충돌사고 그리고 과도한 빛 반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야생동물 통로가 야생동물에게 그늘과 우산이 돼준 것처럼, 사람 중심의 도시숲 조성이 시행될수록 야생의 생명들도 덩달아 안전해야 한다. 유리 건물이 높아지면서 도입한 야생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 부착 시책은 실제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그리고 지나친 인공조명은 안정화된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기 때문에, 도시숲의 야생성을 빼앗는 무례함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자연의 바람과 시민의 바람이 통할수록 좋다. 도심지의 수목과 야생화의 뿌리가 도시의 역사를 품듯이 점과 선으로 엮은 생태숲은 시민들에게 양지와 양산이 돼야 한다. 차 없는 거리와 15분 도시는 지역과 세대 차이로 인한 차별 없이 문화적, 경제적 공공서비스를 동심원적으로 배분하기 위함이다. 끊어진 끈을 생태적으로 다시 잇고, 잃어버린 기억을 지속가능한 기록으로 되살리고, 폭낭 아래에서 형성된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시민을 위한 녹색 벨트 정책이 제주의 자연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접하면서 제주의 정체성과 생태적 야생성을 회복하는 기회여야 한다. 고수목마에 말들이 뛰놀 듯이, 야생화된 정원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병오년이 되길 희망해 본다. <김완병 제주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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