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술이 아닌 태도가 실력을 결정한다

[열린마당] 기술이 아닌 태도가 실력을 결정한다
  • 입력 : 2025. 12.02(화) 03: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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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곧 대학가에 기말고사 기간이 찾아온다. 캠퍼스 곳곳의 도서관과 학습실에는 이미 책과 노트북을 들고 모여드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이런 시기에 서울의 여러 대학 시험장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학생에게 충격을 주었다. 과제가 아닌 시험장에서조차 AI의 힘을 빌리려는 사례가 등장했다는 점은 기술의 빠른 확산 속에서 대학 교육이 어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보여준다. 기말고사를 앞둔 지금, 우리는 학습의 기준과 책임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AI는 이미 대학생의 일상 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보고서 초안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PPT 구성, 번역, 요약까지 다양한 과제가 AI의 도움을 통해 빠르게 해결된다. 이처럼 기술은 학습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유용한 도구가 되었지만, 그만큼 스스로 사고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쉽게 간과된다. 내가 직접 이해하고 정리한 내용인지, 아니면 기술이 즉석에서 만들어준 결과인지 경계가 흐려질수록 학습의 본질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배운다.’라는 행위의 의미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심각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AI 사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술 의존에 대한 태도다. 생각의 과정 없이 결과만 받아들이거나, 제공된 내용을 검토 없이 그대로 제출하는 행동은 학생 자신의 역량을 약화한다. 특히 행정학을 전공하는 학생의 관점에서 볼 때, 정책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무엇보다 사고의 깊이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해의 과정 없이 편리함만을 좇는 태도는 이러한 역량을 기르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판단하고 선택하는 책임은 결국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기말고사를 앞둔 지금, 학생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AI를 사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어떤 기준과 원칙을 바탕으로 책임 있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AI가 제공한 정보를 검토하고, 나의 언어로 재정리해 자신의 이해로 연결하는 과정은 어떤 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시험장에서 도구 없이 문제를 마주했을 때 드러나는 것은 결국 그동안 쌓아온 학습의 태도와 성실함이다. 자신의 힘으로 쌓아온 사고의 깊이는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개인의 진짜 실력이다….

기말고사는 단순히 점수와 성적을 얻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한 학기 동안의 배움이 정말 나의 것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AI는 학습을 돕는 유용한 도구일 수 있지만, 대신 이해하거나 기억해줄 수는 없다. 빠른 결과를 얻는 것이 능력이 되는 시대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성장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을 크게 바꿔놓았지만, 결국 자신의 태도가 미래의 실력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도구의 능력이 아니라 그 도구를 어떻게 대하고 활용하는가이다. 책임 있는 학습 태도야말로 대학생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표지웅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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