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의 해안을 따라 남서쪽 끝자락으로 다가서면, 억겁의 지구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과 우뚝 솟은 산방산을 마주하게 된다.
산방산은 약 80만 년 전 끈끈한 용암이 솟구쳐 오르다 높은 점성 때문에 멀리 흐르지 못하고 볼록한 종모양으로 굳은 해발 395m의 거대한 용암돔이다.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한 화산지형으로, 제주의 남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꼽힌다.
그 아래 자리 잡은 용머리 해안은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자세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로 한라산과 용암대지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에 일어난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응회환이다. 120만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거센 파도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지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의 흔적 위에 터를 잡고 마을을 이루며 삶의 흔적을 쌓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과거와 현재가 겹쳐 흐르는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그곳에서 지질과 마을,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이달 26~27일 이틀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화순리 일대에서 펼쳐지는 '2025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도 세계지질공원트레일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자연이 남긴 시간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빼어난 제주 지질문화가 품은 가치를 되새기고 제주의 진면목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자연이 빚은 '3색 매력' 트레일 코스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 일대를 따라 펼쳐지는 지질트레일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A코스부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B코스, 그리고 지질 특성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C코스 등 3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l 화산지형과 문화유산 물든 A코스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잇는, 화산지형과 제주 역사·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종합 코스다. 자율탐방 형태로 운영되며, 용머리 탐방을 포함하면 약 4㎞로 두 시간 정도, 용머리 탐방을 제외하면 2㎞ 정도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기후변화 홍보관과 용머리 응회환, 하멜기념비, 용머리 전망대, 산방굴사 등을 경유하는 대중적인 코스로, 다양한 풍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바다와 한라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항망대와 조선시대 횃불과 연기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던 통신수단인 산방연대 등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l 마을 품은 경관 탐방 B코스
산방산을 배경으로 사계마을 풍경을 따라 걷는 2.5km의 자율탐방 코스다. 약 1시간이 소요되며, 경관적 가치와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마을 연계 탐방로다. 설쿰바당 모래길과 사계포구 용암언덕, 사계어촌체험관, 용천수와 밭담, 용천수 큰물 등을 돌아보며 해안 풍경과 마을의 생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평탄한 코스로, 지역 특유의 독특한 돌문화도 만나볼 수 있다.
l 지질 중심 C코스
용머리 해안에서 황우치 해변, 소금막용암, 사근다리 등을 거쳐 화순 금모래해변까지 이어지는 약 5.7km 길이의 지질 중심 코스다. 탐방에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용암과 주상절리, 수성화산체, 곶자왈, 용천수 등 다양한 지질학적 요소들을 한데 모은 코스다.
하루 5회(오전 9시30분, 10시, 10시30분, 오후 1시, 1시30분) 지질공원 해설사 동행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회당 20명 이내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또 생태자원에 대한 전문가 동행 탐방 프로그램도 이틀간 2회(각 오후 2시30분) 진행되는데, 26일에는 김완병 제주학센터장이, 27일에는 이성권 생태작가가 해설을 맡는다. 회당 선착순 25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모든 탐방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또는 당일 현장 접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네이버 예약 폼(https://naver.me/FeNJoGCW) 또는 전화(750-2291 / 2540, 2543)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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